[한스경제=고예인 기자]1세대 이커머스 11번가가 또다시 매각설에 휩싸였다. 티몬·인터파크·위메프를 인수한 큐텐이 최근 11번가 인수에 관심을 보이면서다. 큐텐이 11번가까지 인수하면 국내 3위 이커머스 사업자로 등극하게 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큐텐이 최근 SK스퀘어 측에 11번가 경영권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가 성사된다면 양사 지분을 교환하는 '주식 스와프'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11번가는 "전혀 제안받은 내용이 없다"며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11번가의 매각설이 흘러나오는 이유는 앞서 2018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에서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11번가가 받았던 투자 조건 때문이다. 당시 5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던 11번가는 기간 내 상장하지 못하면 투자금에 연 8% 이자를 붙여 돌려주기로 약속했다. 올해 9월까지 IPO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투자금에 8%의 이자까지 붙여서 돌려줘야하는 셈이다. 약속한 기한이 임박했지만 11번가는 IPO를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큐텐이 SK스퀘어에 11번가 인수제안을 했다는 애기가 업계에 흘러나오며 11번가 인수설까지 불거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장 기한인 오는 9월까지 상장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1번가의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자 지난 2월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의 발언도 주목을 받는다. 앞서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23) 기자간담회에서 "재무적투자자(FI)와 약속한 시간에 엑시트를 해야 하는데 11번가도 마찬가지"라며 "11번가도 똑같이 다른 방식의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IPO가 아닌 매각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처럼 큐텐의 11번가 인수설이 나돌자 업계에서는 그간 각축전을 벌여온 이커머스 업계가 큐텐연합의 탄생으로 이커머스 대통합 시대가 본격화 될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큐텐은 G마켓 창업자 구영배 대표가 만든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동북아·유럽·미주 등 24개국에 제품 판매·배송 사업을 전개 중이다. 앞서 티몬을 인수한 큐텐은 지난 4월과 5월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의 주식을 각각 100%, 86% 취득한 뒤 공정위에 기업결합(M&A)을 신고했다. 큐텐은 전 세계 물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외직구·역직구 사업에서 차별점을 모색하고 있다.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거점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국내 시장 점유율을 확보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한편 11번가와 큐텐의 인수설을 두고 업계 전망도 갈린다. "큐텐이 이커머스 시장 점유울을 높이기 위해 11번가 인수설에 적극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최근 인수를 거듭해온 큐텐이 11번가까지 인수 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지난해 주요 이커머스 업체 티몬, 인터파크, 위메프 3곳을 인수한 큐텐이 현재 11번가를 인수할만큼의 자금 여력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11번가 관계자 역시 큐텐으로부터 인수 관련 제안을 받지 않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상태에서 큐텐의 11번가 인수설은 현재까지 진행되거나 공식화된 사실이 없이 소문만 무성한 상태다. 고예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