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류정호 기자]프로스포츠에서 '영웅'으로 대접받던 선수가 지도자 변신 후 추락하는 모습은 크게 드문 일은 아니다. 성적 부진, 선수와 불화 등 이유도 다양하다.

많은 여성 팬, 젊은 팬들의 유입으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프로야구에서도 '일그러진 영웅'의 모습은 볼 수 있었다. SSG 랜더스의 사령탑 이숭용(53) 감독은 프로야구 사상 처음 열린 5위 결정전에서 패한 후 "이숭용 나가"라는 팬들의 퇴진 구호를 들었다. 이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업셋을 당한 정규리그 4위 두산 베어스의 사령탑 이승엽(48) 감독 또한 "이승엽 나가"라는 팬들의 분노 섞인 외침을 들어야 했다. 현역 시절 '국민 타자'로 사랑받던 이 감독은 어느새 두산 팬들의 분노 대상이 돼 있었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로축구 K리그2(2부) 수원 삼성을 이끌던 염기훈(41) 전 감독,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홍명보(55) 감독 역시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나가" 외침을 들었다.

팬들의 분노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이승엽, 염기훈은 지도자 경력이 전무한 채로 명문 팀 감독을 맡았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두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당시 두산은 9위, 수원은 12위로 강등당한 상황이었다. 구단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기에 초짜 사령탑은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 염기훈 전 감독은 시즌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레전드'라는 외침이 울리던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떠났고,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제도가 신설된 이후 사상 처음으로 5위 팀에 준플레이오프(PO) 티켓을 내준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19)을 비롯한 유망주와 불펜진 혹사 등으로 비판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처음 감독직을 맡은 이숭용 감독은 부상으로 방망이도 제대로 들지 못하던 추신수(42)를 대타로 내보내며 팬들의 분노를 샀다.

프로스포츠에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감독의 역할인 것은 맞다. 하지만 팬들의 애정 어린 비판이 맹목적인 비난으로 변하고 있고, 급기야 도를 넘는 조롱에 가까워지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 끝난 잠실구장이 대표적이다. 가을야구를 일찍 마무리한 두산 팬들은 경기장 중앙 출입구를 둘러싼 채 반말로 하대하며 이승엽 감독과 면담을 요청했다. 또한 반말과 함께 간간히 욕설까지 내뱉으며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았다.

감독 역시 팀 구성원이다. 성적이 좋지 못한 데 대한 스트레스는 적지 않게 받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당한 비판이 아닌 조롱에 가까운 시위가 과연 응원하는 팀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팬들은 돌아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