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류정호 기자]"독립운동가의 후손이 프랑스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러 갑니다."

대한민국 유도의 간판 허미미(22)가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밝힌 각오다.

세계랭킹 3위 허미미는 30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세계 랭킹 1위인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와의 결승전에서 지도 3개를 받고 반칙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는 한국 유도가 파리 올림픽에서 처음 획득한 메달이다. 앞서 이틀간 치러진 남녀 4개 체급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또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48㎏급 정보경의 은메달 이후 8년 만에 나온 여자 유도 올림픽 메달이다.

한국 유도에 다시 메달을 선사한 허미미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2002년 일본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재일교포 출신이다. 출생 후 줄곧 일본에서 살아온 그는 할머니의 유언으로 2021년 일본 국적을 포기한 뒤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하고 있다. 또한 한국 귀화 과정에서 대구 군위 지역에서 독립운동했던 허석 선생의 후손으로 알려져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 적응이 순탄치는 않았다. 언어 문제가 있었고, 지난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크게 유행해 한일 양국을 오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도 아직 10대인 어린 딸을 걱정하는 마음에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을 만류했다. 김정훈 경북체육회 감독도 "한국에 아무런 연고가 없었고,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다. 그때가 허미미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밝혔을 정도였다.

하지만 2022년 태극마크를 단 이후 거침없이 성장했다. 그해 6월 국제대회 데뷔전인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지난달 2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유도선수권대회 여자 57kg급 결승에서 올림픽 결승 상대 데구치를 연장 혈투 끝에 반칙승으로 꺾고 우승했다.

허미미는 이번 결승전에서도 최선의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지도 3개를 받으면 반칙패가 선언되는 유도 규칙에 의해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연장전 돌입 후 두 선수는 모두 지도 2개씩을 받았다. 이후 허미미가 메치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심판은 위장 공격으로 판단, 다소 허무하게 금메달을 내줬다. 비록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허미미는 은메달과 함께 자신의 각오대로 태극기를 파리에서 휘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