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위를 헐값에 처분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는데 어느새 긴소매 옷 생각이 간절하네요. 사람이 이리도 간사합니다. 하지만 선선한 날씨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꿈틀대는데요. 더위로 잠시 멀리하고 있었던 전주한옥마을로 나가봅니다.
오늘은 한옥마을을 걷기보다 한옥에 살고 있는 현지인을 만나 정겨운 이야기를 나눠 볼텐데요. 30여년 간 기와와 사랑에 빠진 남자, 전주한옥마을 와민당(대표 김성호)의 주인장과 함께 우리의 전통 기와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한옥에서 기와바라기 와민당 김성호 대표를 만나다!
전주 향교 앞길을 거닐다 보면 와민당(기와집에 사는 사람들이란 뜻)이라는 한옥숙박체험 간판을 볼 수 있는데요. 작은 골목 속 숙박집들 사이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어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 곳이지만, 한옥마을과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을 가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이곳은 단순히 숙박만 하는 곳이 아니라 ‘기와 만들기’라는 체험까지 할 수 있는 곳인데요. 그런데 이집 주인장이 수상합니다. 벌써 30년째 기와를 가까이 두고 사람들에게 알리려 맨발로 뛰고 있다고 하네요.
▲ 사진을 보며 기와의 종류와 사용처를 알려주시는 김성호 대표님
▲ 백제시대 연꽃무늬 수막새
인사와 함께 김 대표님의 기와 사랑이 쏟아집니다. 대문 입구에 붙여진 커다란 기와 사진을 보며 낯선 기와의 명칭들을 소상히 알려주시는데요. 한켠엔 진열된 기와와 눈을 맞추며 듣는 기와 이야기는 더욱 더 실감납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중헌 것’은 어떤 게 백제 기와인지는 확실히 알았다는 것입니다.
기와는 내 인생 제 2막이라!
20대 후반, 김 대표님은 금산사 뒤 등산을 하다가 사람들이 무심코 발로 차고 다니는 기와 조각을 발견합니다. 알고 보니 그 기와가 통일신라시대 당초문양의 기와였다고 하는데요. 그는 그게 시발점이 되어 당시 공무원이었던 그는 월급의 반을 투자해 기와 구입비와 기와를 찾아 나서는 비용으로 썼다고 하는데요. 딱 들어도 집안의 반대가 어마어마했을 것 같은 불안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기와 사랑은 아무도 꺾지 못했다고 합니다.
▲ 와민당 곳곳에 진열돼 있는 김 대표님의 기와들
지금은 기와학회에 등록을 해 각종 세미나에도 빠짐없이 참석해 기와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키워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보유하고 있는 기와만 해도 300점에 가깝다고 하니 이 정도면 기와와 사랑에 빠진 남자라 해도 손색이 없겠지요?
▲ 귀면기와와 인면기와
대지의 기운과 하늘의 기운을 모아 전통 기와 만들기 체험 도전
기와는 시대가 변하면서 여러 형태로 그 문양이 바뀌기도 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조선 말 인면기와(사람의 얼굴을 기와에 담은 것)가 나오기 전까지 많이 쓰였다는 귀면기와(잡귀로부터 지켜주고 부귀영화와 화재예방의 염원까지 담았다고 함)는 조금 무섭습니다.
게다가 와민당 마당에는 부부기와도 보였는데요. 지금껏 그저 민무늬 기와만 보신 분들이라면 와민당 방문만으로도 꽤 흥미로울 것 같아요.
먼저 도자기용 점토를 적당한 사이즈로 자릅니다.
점토를 와당 틀 안에 넣은 다음 힘을 주어 틀을 꾹꾹 눌러 채웁니다.
벌어짐이 없이 깨끗하게 마감이 되면 그 위에 본인이 새기고 싶은 글을 남긴 뒤 고무망치로 와당 틀을 돌려가며 가볍게 두드립니다.
짜잔~ 백제시대 아름다운 연꽃무늬 와당 완성!
와민당 기와체험은 대체적으로 초등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데요. 물론 도움을 줄 수 있는 이가 있다면 유치원생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흙을 기와 틀 안에 제대로 잘 넣어야만 예쁜 기와가 완성되기 때문에 힘이 약한 친구들은 조금만 때를 기다려 주세요!
▲ 와민당 김성호 대표님
전주한옥마을 안 한옥건물에 기와박물관 만들고 싶어
부잣집은 아니였지만 어린시절 기와집에서 자란 저, 하지만 단 한 번도 기와를 궁금해 하진 않았던 거 같아요. 다만 지붕에서 떨어지거나 여분의 기와를 모아 돌로 쪼개 공기놀이와 소꿉놀이의 주재료로 썼던 기억만 가득한데요.
남들이 관심 가져 주지 않는 기와에 마음을 주고 30여년을 그것만 바라본 김성호 대표님, 그의 바람은 전주한옥마을에 기와 박물관을 만들고 싶은 거라는데요. 전주한옥마을 안 한옥으로 만들어진 건물에 기와박물관이라. 참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전통을 사랑하고 아끼며 널리 알리기 위해 애쓰시는 김성호 대표님을 응원합니다!
와민당 전북 전주시 완산구 향교길 94(063-287-9898, 010-3115-8568)
기와 만들기 체험비 6,000원(숙박객 4,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