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원=한스경제 김두일 기자 |6일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축사를 마친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퇴장하려던 순간,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대표님 그냥 가시네요. 한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한마디. "지방의회법은 언제 하실 겁니까."
짧았지만 강렬했다. 회의장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고, 정 전 대표는 웃으며 "곧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남 의장은 다시 한번 "이번에는 꼭 약속하셨습니다. 반드시 통과시켜 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이 장면은 단순한 덕담이나 정치적 수사가 아니었다. 지방의회가 수십 년간 요구해 온 '지방의회법 제정'을 국회에 공개적으로 촉구한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지방자치는 완성됐지만, 지방의회는 아직 미완성...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5년이 지났다. 민선 지방자치 역시 30년을 넘었다. 그러나 지방의회는 여전히 독립된 기관으로서 완전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2022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통해 인사권 독립이 일부 실현됐지만, 조직권과 예산편성권, 정책지원 기능은 여전히 집행부 의존도가 높다. 의회사무처 조직 확대도 지방자치단체장의 승인과 행정안전부 기준에 영향을 받고, 예산 역시 집행부가 편성하는 구조다.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해야 하지만, 정작 자신의 조직과 예산은 집행부에 의존하는 구조. 이것이 지방의회의 현실이다.
그래서 지방의회법은 단순히 새로운 법 하나를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지방자치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는 제도적 장치라는 의미를 갖는다.
남종섭 의장은 이미 여러 차례 지방의회법 제정을 핵심 과제로 제시해 왔다. 의장 후보로 추대됐을 때도 "전국 시·도의회와 연대해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했고, 개원사에서도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번 의원총회에서 정청래 전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질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당 대표를 지냈고 여당 내 영향력이 큰 정치인을 향해 공개적으로 약속을 받아낸 것은 단순한 이벤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방의회의 요구를 더 이상 지방의회 내부의 목소리로만 남겨두지 않고, 국회가 답해야 할 정치적 의제로 끌어올린 것이다.
지방의회법은 특정 정당만의 이해관계가 아니다. 현재 전국의 광역·기초의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의회가 집행부를 감시해야 하지만 조직과 예산의 독립성이 부족해 제대로 된 견제가 어렵다는 지적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 공통된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의회법은 어느 한 정당의 공약이 아니라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제도적 완성을 위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
국회도 이제는 지방분권을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제도와 법률로 답해야 한다.
약속은 기록된다. 정청래 전 대표는 "곧 하겠다"고 답했다. 짧은 답변이었지만 공개된 자리에서 나온 약속이다.
남종섭 의장은 "이번에는 꼭 약속하셨습니다"라고 다시 확인했다. 그 장면은 참석한 의원들뿐 아니라 지방의회의 현실을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하나의 메시지로 남았다.
정치는 결국 약속을 지키는 과정에서 신뢰를 얻는다. 지방의회법은 새로운 권한을 요구하는 법이 아니다. 주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회가 헌법이 보장한 지방자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자는 법이다.
국회가 진정으로 지방분권을 이야기한다면 이제는 결단할 차례다. 남종섭 의장이 던진 "지방의회법은 언제 하실 겁니까"라는 질문은 특정 정치인을 향한 질문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회 전체를 향한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