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ㆍ이기민 ESG행복경제연구소 부소장 | 티빙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고객 보상안을 내놓은 가운데 1인 1만원 상당의 현금성보상보다는 5년간 시행할 300억원대의 보안 투자가 티빙재무상황에 더 큰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티빙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정보보호 투자와 전담인력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수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를 자체적으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모회사 CJ ENM의 지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CJ ENM 역시 현금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

▲ 재무 여력에 따라 줄었던 '보안투자'…이제는 4배로
지난 3일 티빙은6월 발생한 해킹 사고 이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객 보상안과 정보보호 투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개발자 접속키 관리 부실로 성명·생년월일·전화번호·이메일등 70종의 개인정보유출가능성이 생긴 4000만명의 고객에게1년간 금융사기 안전보험과 티빙 포인트 5000원, 웨이브 시청권 또는 CGV 팝콘 5000원 할인권, 요금제 업그레이드 등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밝혔다.
피싱보험은 실제 피해 발생 시, 요금제 업그레이드는 유료 구독자에게만 적용돼 일반·휴면 회원 기준 보상 혜택은 최대 1만원 상당이다.앞선 대규모 해킹 사고 기업들이 내놓은 보상안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보상 규모는 크지 않다. 대신 티빙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보안 투자 확대에 무게를 뒀다.
티빙은 2030년까지 정보보호 투자액을 직전 5년 대비 약 4배로 확대하고 정보보호 전담인력도 3배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올해 말까지 내외부 인력을 합해 15~16명 정도로 늘리고 5년 안에 25~30명으로 늘리겠다"며 "정보보호 투자액은 올해 약 30억원으로 예상한다. 5년 뒤에는 연간 100억~12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보호공시에 따르면 티빙의 2021~2025년 정보보호 투자액은 총 95억4000만원이다. 올해 30억원에서 2030년 100억~120억원까지 매년 일정하게 늘린다고 가정하면 2026~2030년 투자액은 약 325억~375억원으로직전 5년의 3.4~3.9배에 달한다. 연평균 65억~75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문제는 과거 티빙의 보안 투자가 재무 여건에 따라 크게 흔들렸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티빙의 정보보안투자는 기업 매출과 영업손실 정도에 따라 크게 술렁였다. 5년간 기술투자 대비 보안투자 비중은 8.1%→5.2%→3.8%→6.7%→8.5%로 절반 이상 줄였다가 다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023년은영업손실이1420억원으로 전년 1191억원보다 약 19.2% 늘었고, 자본은 5279억원에서 3748억원으로 약 29.0% 감소했던 시기다.기업이힘들 때 보안 투자가 후순위 항목으로 밀렸던 것이다.

▲ 재무 여력 없는 티빙, 모회사 CJ ENM도 마찬가지
현재 티빙의 재무 여건도 대규모 보안 투자와 보상 비용을 동시에 감당하기에는 넉넉하지 않다. 최근 3년간 누적 순손실은 3187억원이고 자본은 2년 만에 1680억원 감소했다. 자체 현금으로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울 경우 금융기관 차입이나 주주 지원 등이 추가 재원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시선은 모회사 CJ ENM으로 향한다. 하지만 CJ ENM 역시 든든한 뒷배라고 보기 어렵다. 별도 기준 상반기 매출은 1조3877억원으로 전년보다 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59억원에서 370억원으로 43.9% 감소했다. 상반기 이자비용은 약 327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유동성도 변수다. 6월 말 CJ ENM의 연결 기준 유동비율은 74.6%, 별도 기준은 43.8%로 모두 100%를 밑돌았다. 별도 현금은 221억원,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도 약 471억원에 그쳤다. 반면 별도 단기차입금은 4666억원,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약 2869억원이다.
다만 CJ ENM이 티빙 지원으로 당장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 6월 말 기준 금융기관 약정에 약 4400억원의 미집행 여력이 있고 외화 대출약정도 약 6000억원 남아 있다. 회사채 신용등급 AA-, 기업어음 A1을 유지하고 있어 외부 자금조달 통로도 열려 있다.
그럼에도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CJ ENM은 올해 5월 CJ라이브시티에 600억원을 출자했고 8월에는 웨이크원에 대한 기존 245억원 대여한도를 1년 연장했다. 티빙에 추가 지원이 필요해질 경우 그룹 차원의 자금 배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여기에 티빙 투자자의 풋옵션과 K-컬처밸리 관련 소송도 잠재 변수다. CJ ENM은 티빙 지분 48.9%를 보유하고 있으며 투자자의 풋옵션에 따른 파생상품부채도 인식하고 있다.
K-컬처밸리와 관련해서는 CJ ENM이 경기도를 상대로 약 516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고 경기도도 약 3134억원 규모의 반소를 제기한 상태다. 양측의 청구액 모두 확정채무는 아니지만 경기도 측 반소 금액은 CJ ENM 별도 자기자본의 약 12.8%에 해당한다. 소송 결과에 따라 추가 재무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다.
▲ 300억 보안투자, 끝까지 갈 수 있을까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티빙의 적자 구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보상비용과 보안 시스템 투자, 인력 확대, 고객 이탈 방지 비용이 동시에 발생하면 자체 현금흐름만으로 버티기는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CJ ENM의 지원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고이는 다른 계열사 투자와 차입 부담까지 고려해야 하는 그룹 차원의 자본배분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티빙이 보상보다 보안을 선택한 것은 장기적인 신뢰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보안 강화는 한 번의 투자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력을 확보한 뒤에도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티빙의 진짜 시험대는 보상 규모가 아니라 약속한 보안 투자를 얼마나 꾸준히 집행할 수 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