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생활/문화

[박승룡 칼럼] 호르무즈 해협의 국익 방정식

🚨 신고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X 계정에 게시한 한글 입장문. 바가이 대변인 엑스 계정 화면 캡처.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X 계정에 게시한 한글 입장문. 바가이 대변인 엑스 계정 화면 캡처.

| 서울=한스경제 박승룡 칼럼니스트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철저한 거래주의적 동맹관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미·이란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한국 선적 화물선이 피격되자, 미 행정부는 자국 주도의 '프로젝트 프리덤' 참전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신중한 기조에 연례 한미연합훈련 핵심 작전을 일방 취소하는 보복까지 서슴지 않았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급등과 정세 불안의 비용을 동맹국에 전가하려는 정치적 셈법이다.

미국의 요구에 굴복해 즉각 파병하는 것은 대외 정책의 최고 기준인 '국익'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고위험·저보상'의 자해적 선택이다. 원유 수입의 68%, LNG의 17%가 통과하는 길목에서 이란과 적대 관계로 돌아서는 순간 교민과 민간 기업의 안전, 나아가 실물 경제는 직격탄을 맞는다. 대조영함 등 검토 전력의 탄도탄 방어 한계와 위헌성 논란, 극심한 국론 분열도 자명하다. 반대로 국회 비준과 반대 여론을 핑계로 무작정 시간을 끄는 전술 역시 유효기간이 짧다. 전작권 전환 보류, 방위비 분담금 폭탄, 핵심 정보 차단 등 안보 보복과 대미 투자 압박이라는 혹독한 청구서가 돌아올 뿐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엑스 계정에 올린 한글 게시물. 바가이 대변인 엑스 계정 화면 캡처.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엑스 계정에 올린 한글 게시물. 바가이 대변인 엑스 계정 화면 캡처.

해법은 서방 주요 우방국들의 헷징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최근 제시한 '영국·프랑스 주도 다자 연합군 참여를 통한 3단계 조건부·단계적 기여 방안'은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단독 공세 작전에 직접 파병하는 대신, 영·프 주도의 '휴전 후 방어 임무' 다자 연합군 트랙으로 우회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비군사적 정보 공유와 위험구역 보증 보험 지원에 집중하고, 중기적으로 P-8A 초계기 정보 제공과 국내 항만의 후방 정비(MRO) 허브 제공 등 비전투 군수 지원을 조율한다. 구축함 파병은 지속 가능한 휴전이 성립된 이후 호송 임무로 한정하는 식이다.

중요한 것은 이 다자 기여 카드를 트럼프식 거래주의에 맞설 강력한 협상 레버리지인 구매력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등 고위급 협의체를 '결판의 장'으로 삼아 현안을 일괄 해결하는 '패키지 딜'을 관철해야 한다. 미국의 안보 부담을 분담하는 대가로 ▲독자적 핵추진 잠수함(SSN) 기술 이전 및 저농축 우라늄 승인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우라늄 20% 농축 및 플루토늄 재처리 권한 ▲정보 공유 정상화 등을 맞교환해야 한다. 해군력 과부하와 준비태세 공백을 겪는 미국에 "한국의 핵잠 확보는 인도·태평양에서 미 해군의 부담을 더는 최적의 외주 계약"이라는 상업적 논리로 설득해야 통한다.

장기적 목표는 패권국의 변덕에 흔들리지 않는 '전략적 자율성'의 확보다.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확보할 농축·재처리 권한은 미국의 무너진 원전 공급망을 재건하는 '한·미 글로벌 SMR 공동 진출'이라는 비즈니스 패키지로 포장할 때 미 조야의 비확산 우려를 넘을 수 있다. 이는 북·러 밀착이라는 안보 덫을 무력화할 독자적 '잠재적 핵역량'의 토대가 된다.

이 대담한 안보 딜을 완수하려면 국내적 '굿캅-배드캅' 연출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헌법적 절차를 준수하는 유능한 협상가(굿캅)가 되고, 진보 진영은 타협 없는 반전 기조(배드캅)로 "핵잠과 원자력 주권 없이는 비준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협상 방어벽이 돼야 한다. 국회는 여야 없이 이번 거래가 자주국방의 핵심 축을 완성하는 역사적 전기임을 합리적 보수 세력을 설득해야 마땅하다. 특히, 언론은 정쟁 위주의 보도를 지양하고 미군의 글로벌 준비태세 과부하 및 다자 우회 트랙의 실체를 조명하여 국익 중심 자주국방에 관한 성숙한 여론을 합의·수렴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거친 파도에 휩쓸리는 약자가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업과 글로벌 AI 생태계를 쥔 반도체 공급망이라는 확실한 전략 자산을 쥐고 있다. 트럼프의 냉혹한 거래주의를 자주국방 완성의 지렛대로 역이용하는 것, 이것이 격랑의 시대에 국익을 수호하고 국가적 생존 공간을 넓힐 유일한 길이다.

K콘텐츠글로벌파트너스 박승룡 대표 .
K콘텐츠글로벌파트너스 박승룡 대표 .

☞박승룡 칼럼니스트는 누구?

박승룡은 30년 이상 언론과 공공 거버넌스, 글로벌 통상 분야를 두루 거친 컨설턴트 겸 칼럼니스트다.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한국일보·코리아타임스에 입사해 외교안보, 정치, 정보통신(IT) 분야를 취재했다. 이후 노무현정부 행정관으로 국정홍보 디지털 미디어 '청와대 브리핑'을 제작했다.
2006년부터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서 드라마·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 등 한류 콘텐츠의 남미, 중동·북아프리카(MENA), 인도 등 신흥시장 진출을 주도 했고, 해외사업본부장으로 한류 기반의 소프트파워 확장 전략을 수립했다. 2025년 정년퇴직 후에는 셜록 홈스의 추리기법을 생성형 인공지능(AI) 프롬프트 작성에 활용하는 '홈스처럼 생각하기(Sherlockian Way of Thinking)'를 집필하는 한편, YG엔터테인먼트, KPMG 말레이시아, 일본 NHK재단 등에 콘텐츠 산업과 시장 관련 컨설팅을 제공했다.
현재, 공동으로 시장 확장을 원하는 한국과 글로벌 콘텐츠 기업의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K-콘텐츠글로벌파트너스를 운영하는 한편,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 한국의 전략적 좌표와 대응 솔루션을 모색하는 칼럼니스트로 일하고 있다.

  • 👍추천1
  • 👎반대0
이전 1 2 3 4 5 6 7 8 9 10

인기 게시글

인기 뉴스

🔥 실시간 인기 TOP

한스경제

최근 등록된 게시글

1 / 3

이벤트 EVENT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