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뉴스) 정상래 기자 =연극 '곱을락'은 관객이 직접 제주 4.3의 흔적을 따라가며 기억을 되새기는 인터랙티브 이머시브 작품이다.
1948년 가을, 제주 중산간 마을 무등이왓이 불타고, 주민들이 흩어져 돌아오지 못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컴퍼니 우연이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동국씨어터랩이 후원하는 이 연극은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연희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2026 예술분야 초기창업 지원사업(보육사:뉴키즈인베스트먼스)'을 통해 개발됐으며, 관객과 배우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기술을 공연 서사에 결합했다.
작품 제목 '곱을락'은 제주어로 '곱다', '숨다'라는 뜻으로, 숨바꼭질을 의미한다.
1948년 당시 숨어야 했던 사람들의 절박함을 담아, 관객이 새로운 '찾는 사람'이 되어 이야기에 참여한다.
극 중 열네 살 소녀가 동생과 함께 동굴로 향하는 장면, 동생을 잃고 찾아 헤매는 과정 등이 무대에 펼쳐진다.
관객은 정방폭포, 정뜨르 비행장, 큰넓궤 동굴, 대전형무소 등 제주 4.3과 관련된 장소를 무대로 이동하며, 가족사진을 들고 움직이거나 돌을 쌓고 꽃을 옮기는 등 다양한 행동에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관객의 행동이 단순 체험이 아닌, 기억과 추모의 의미를 지닌 행위로 연결된다.
공연장에는 정해진 객석이 없으며, 관객은 자유롭게 공간을 이동하며 인물과 장소를 선택한다.
관객의 행동과 배우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인터랙티브 시스템이 조명·영상·음향과 연동돼, 관객의 참여가 무대의 변화를 이끈다.
공연 초반에는 관객의 행동이, 중반 이후에는 배우의 움직임이 무대 변화를 주도한다.
양해연 연출은 "관객의 행동을 장면으로, 배우의 움직임을 큐로, 공간 전체를 하나의 인터랙티브 무대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관객이 센서 작동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기 위한 행동이 공간을 변화시켰다는 경험"이라고 밝혔다.
공연의 마지막에는 기술적 요소가 줄어들고, 관객과 인물이 한 공간에 모여 평범한 일상을 재현한다.
숨어 있던 마을 사람들을 찾아가는 놀이로 전환되며, 관객은 과거의 삶과 존재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곱을락'은 제주4·3을 단순히 과거의 사건으로 재현하지 않고, 관객이 직접 행동하고 기억하는 과정을 통해 사라진 이들과 마을을 현재로 불러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