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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금, '조세의 원칙'부터 다시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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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석 美 IAU 교수(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
심형석 美 IAU 교수(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

| 서울=심형석 美 IAU 교수|부동산 세금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정책 당국은 연일 세제 개편안을 옹호하면서 시장 안정을 말하지만, 현장의 혼란과 납세자의 불만은 오히려 가중되는 모양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선결국 조세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조세 정책의 대원칙은 '세원은 넓게, 세율은 낮게(Broad base, Low rate)' 가져간다는것이다. 이는 납세 기반을 넓혀 담세 부담을 분산하고 낮은 세율을 통해 경제적 왜곡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 개편 방향은 정확히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세원은 특정 계층으로 좁히고 세율은 가파르게 올리는 '세원은 좁게, 세율은 높게'의 형태다. 이에 특정 대상을 겨냥한 징벌적 과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세금의 '예측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세금은 법률에 따라 명확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납세자가 내년에 내야 할 세금을 미리 파악하고 합리적인 경제 활동과 자산 관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세무 전문가조차 내년 보유세를 정확히 계산해 내지 못하고 있다. 매년 발표되는 공시가격이 얼마나 뛸지, 정부가 직권으로 조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어떻게 바뀔지 등의 변수를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해외 선진국들의 보유세 제도를 살펴보면 우리의 현실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우선 주요 선진국 대부분은 보유세에 누진세율이 아닌 '비례세율(단일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주택 가액이 비싸다고 해서 세율 자체를 대폭 올리는 구조가 아니며, 여러 채를 가졌다고 해서 합산 과세로 세율을 가중하지도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미 높은 수준의 누진세를 적용하고 있음에도, 이를 추가로 더 올려 보유세 부담을 가중시키려 하고 있다.

또한 과세표준을 산정하는 방식도 다르다.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것은 개인이 만든 결과라기보다 주변 인프라 개발이나 통화량 증가 등 '외부 효과'에 의한 경우가 많다. 이에 미국과 같은주요국에서는 매년 변동하는 시가가 아닌 '최초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표준을 잡고연간 인상 폭을 엄격히 제한한다. 대표적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과세표준 인상 폭을 연 2% 이내로 제한해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미실현 이익에 대해 매년 공시가격을 올려 세금을 매기는 우리의 방식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세금은 납세자의 담세 능력에 맞게 과세해야 한다는 '응능(應能)의 원칙'과, 공공서비스 혜택에 비례해 부담해야 한다는 '응익(應益)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수배에서 수십 배에 달하는 세금을 갑작스럽게 부담하게 하는 것이 과연 응능의 원칙에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급격한 세 부담 폭증을 완화해 주던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세부담 상한율'마저 현행 150%에서 200%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정부의 개편안은 납세자들에게 더 큰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

세 부담 상한이 200%로 늘어난다는 것은 직전 연도에 내던 보유세의 최대 2배까지 단숨에 세금이 뛸 수 있다는 뜻이다. 소득이 1년 만에 200%씩 증가하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세금은 납세자의 소득 및 담세 능력의 범위 내에서 부과되는 것이 상식이거늘, 소득의 증가 속도를 현저히 초과하는 세 폭탄을 매기며 "버텨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인 과세가 아닌 자산 몰수에 가까운 폭정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정책을 책임지는 당국의 인식이다. 최근 경제부총리는 시가 4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 급증 논란에 대해 "전체 주택의 0.4%에 불과하다"며 이를 '과세 정상화'라 칭했다. 하지만 소수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조세 원칙에 어긋나는 과세 폭탄을 정당화하는 순간, 세금은 '공정한 부담'이 아닌 '다수의 폭력'이자 정치적 편가르기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비록 0.4%의 소수라 할지라도 헌법이 보호하는 국민이며, 예측 불가능한 세 부담으로 삶의 기반을 흔드는 것은 조세 정의가 아니라 명백한 국가의 폭력이다.

실제로 강남을 비롯한 주요 지역에는 별다른 현금 소득 없이 집 한 채만 보유한 고령의 은퇴자분들이 많다. 이분들은 매년 급증하는 세금을 감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출을 일으키는 기현상을 겪고 있다. 세금을 내기 위해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 과연 정상일까? 심지어 세금을 내지 못하겠으면 집을 팔고 외곽이나 지방으로 가라는 식의 논리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마저 위협하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조세는 정책 수단이 되기 전에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정당한 납세 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법적 틀이어야 한다. 시장을 조율하겠다는 명분으로 조세의 기본 원칙을 흔드는 순간, 정책은 신뢰를 잃고 국민의 삶은 불안해진다. 원칙에서 벗어난 이번 세제 개편안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이제라도 글로벌 표준과 조세 원칙에 부합하는 예측 가능한 세제로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한다.

서울 아파트. (사진=한스경제DB)
서울 아파트. (사진=한스경제DB)

심형석 美 IAU 교수(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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