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 |2030년 상용화를 앞둔 6세대 이동통신(6G)을 둘러싸고 이통3사의 보안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잇따른 해킹·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통신 보안의 중요성이 커진 데다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 위성통신 등 6G의 연결 대상이 확대되면서다. 특히 양자컴퓨터의 등장으로 기존 암호체계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커지자 양자내성암호(PQC) 등이 차세대 통신망의 핵심 보안 기술로 부상했다.
▲ 이통사들, 보안 투자 확대
2일 각사에 따르면 이통3사는 보안 투자를 대폭 늘렸다.
SKT는 지난해 보안 사고 이후 향후 5년간 정보보호 분야에 약 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 발간한 '정보보호백서 2025'에 따르면 전체 257개 과제 중 171개를 완료했으며 나머지 과제는 2027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KT는 향후 3년간 정보보안·IT 분야에 총 4조원을 투자한다. 제로트러스트 기반 보안체계를 구축하고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상시 예방·대응 체계 마련, IT와 네트워크에 분산된 보안 운영 통합 등을 추진한다.
LG유플러스는 2030년까지 정보보호 분야에 누적 7000억원을 투자한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 정보보호 투자액이966억원으로 전년보다 16.7% 증가했다. 기술 투자 대비 정보보호 투자 비중은 7.7%로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3사가 경쟁적으로 보안 강화에 나선 배경에는 지난해통신 보안 사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SKT는 네트워크 장비가 해킹돼유심 관련 정보가 유출됐고KT는 불법 펨토셀을 통한 정보 수집과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했다. LG유플러스에서도 해킹 의심 정황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으며 자체 플랫폼 익시오에서통화내용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 6G, 공격 대상이 통신망 넘어 현실로
통신 인프라를 겨냥한 보안 사고가 잇따르면서 6G 시대의 보안 위협에도 경고음이 켜진다. 6G 시대에는통신망 공격이 개인정보 유출에 그치지 않고 로봇·자율주행차 등 산업 현장의 물리적 피해로 번질 수 있다.
5G까지는 가입자 인증과 데이터 암호화, 망 접근 통제 등이 주요 보안 과제였다. 하지만 6G에서는 AI가 네트워크 운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위성망과 지상망이 통합되면서 공격 표면이 넓어진다. 로봇·드론·자율주행차·스마트팩토리 등 통신망에 연결되는 기기가 늘어나는 것도 변수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도6G의 핵심 요구사항 가운데 하나로 '보안과 복원력(Security and resilience)'을 제시했다.
양자보안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자컴퓨터가 충분한 수준으로 발전하면 현재 널리 쓰이는 공개 키 암호체계를 해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자컴퓨터가 등장하기 전에 암호체계를 PQC로 바꾸는 '암호 민첩성' 확보가 통신업계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 SKT·KT·LG유플러스,양자보안 경쟁
지난 7월 열린 '퀀텀코리아 2026'에서는 이통사들의 양자보안 기술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SKT는 양자키분배(QKD), 양자난수생성기(QRNG), PQC를 아우르는 양자보안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SKT는광집적회로(PIC) 기반 QKD와 QRNG, 무선·위성 QKD 기술 등을 공개했다. 10Gbps급 QRNG를 10×10㎜ 크기의 초소형 칩으로 구현하고 QKD 장비의 소형화도 추진하고 있다. 약 30㎞ 거리의 무선 QKD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양자보안 솔루션 'Q-HSM'과 'Q-SSE'도 선보였다. Q-HSM은 QRNG와 PQC, 기존 암호기술을 결합해 로봇·드론·AI CCTV 등 엣지 기기의 보안을 강화한다. Q-SSE는 PQC를 기반으로 기업 데이터와 AI 서비스 보안을 지원한다.
6G 표준화 과정에서 PQC 적용을 위한 논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PQC가 아직 5G 표준에 공식 채택된 것은 아니지만 기존 암호와 PQC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3GPP를 비롯해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IETF),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 등과도 협력하고 있다.
KT는 QKD와 PQC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유선 QKD는 지난해 독자적으로 구현한 300kbps급 기술을 기반으로 성능을 높이고 있다. 무선 QKD는 대전 대덕2연구센터 인근 약 4.8㎞ 구간에서 실제 환경 실증을 마쳤으며 전송거리를 10㎞ 이상으로 확대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국방 주요 시스템에 PQC를 적용했으며 서울∼부산 간 이기종 양자암호통신 연동 실증도 진행했다. 신한은행 하이브리드 양자보안망, 국립암센터 AI 의료데이터 암호화 등으로 적용 분야를 넓히고 있다.
LG유플러스는 PQC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상용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PQC 기반 통합 인증 서비스 '알파키(AlphaKey)'와 클라우드 기반 보안 서비스 'U+SASE'를 중심으로 양자·AI 보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LG전자와 AI 기반 6G 기술 및 PQC 선행 연구개발과 국제 표준화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에는 글로벌 양자 기술 표준화를 추진하는 민간 연합체 'QuINSA'의 초대 의장사로 선정됐다.
▲정부도 2035년까지 PQC 전환 추진
정부도 통신업계의 암호체계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범국가 양자내성암호체계 전환 종합 추진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8년까지 암호자산 식별 기준을 마련하고, 2025~2029년에는 전환 우선순위를 판단하기 위한 기술과 방법론을 개발한다.
2025~2030년에는 기관별 전환 준비계획을 수립하고, 2027~2035년에는 전환 시행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지원체계를 마련한다. 2028~2035년에는 PQC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도 구축할 계획이다.
미국도 국가 차원의 PQC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안보국(NSA)은 2035년까지 국가안보 시스템 전반에 양자내성알고리즘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표준화 작업과 산업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모두 2030년대 중반을 목표로 PQC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이 구체적인 전환 일정과 대상, 기술 기준 등을 제시하며 보다 세밀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6G 보안 경쟁이 단순히 '누가 해킹을 더 잘 막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AI와 로봇, 자율주행 등 다양한 기기가 연결되는 미래 네트워크의 신뢰성을 누가 확보하느냐의 경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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