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 사업은 13억 톤의 물을 저장해 가뭄과 홍수를 동시에 해결하는 국가 프로젝트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며 가장 많이 내세운 논리였다. 강을 깊게 파고 대형 보를 설치하면 거대한 물그릇이 만들어지고, 가뭄에는 생명의 물이 되고 홍수에는 안전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극심한 가뭄이 찾아와도 낙동강에는 녹조가 뒤덮여 있고, 강 주변 농경지는 메말라 갈라지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가둬 놓은 물은 정작 가뭄 피해를 겪는 농민들에게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강에 물이 있다고 해서 그 물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농업용수는 취수시설과 관개시설, 송수관망이 함께 갖춰져야 공급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은 거대한 물을 저장하는 데 집중했지만, 가뭄 지역으로 물을 안정적으로 보내는 종합적인 물관리 체계까지 구축한 사업은 아니었다.
결국 '물이 많으면 가뭄을 해결할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는 현실 앞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왜냐하면 강에 물을 가두는 것과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취수와 송수시설이 갖춰진 일부 지역에서는 보의 물을 활용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광범위한 가뭄을 해결할 수는 없다. 4대강의 '물그릇론'이 현실에서 한계를 드러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 큰 문제는 녹조다. 유속이 느려지고 물이 장기간 정체되면서 낙동강은 여름마다 짙은 녹조가 반복된다. 고온과 영양염류가 겹치면 남조류가 폭발적으로 증식하고, 일부 남조류는 독성물질을 생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물은 정수 과정을 거쳐야 하고, 농업용수로 사용할 경우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물이 있으니 가뭄에 도움이 되지 않느냐"며 보 개방을 반대한다. 물론 눈앞에 거대한 강물이 흐르는데 물 부족을 이야기하면 누구나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물의 양'이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물'이다. 녹조가 심하게 발생한 물을 그대로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오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철저한 관리와 안전성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더구나 낙동강은 단순한 농업용수가 아니라 수백만 영남 주민의 식수원이다. 부산은 시민들이 사용하는 수돗물의 대부분을 낙동강 하류 원수에 의존하고 있다. 부산뿐 아니라 양산, 김해, 창원 등 영남권 수많은 주민들의 생명줄이 바로 낙동강이다. 매년 여름 녹조가 발생할 때마다 시민들은 "수돗물은 정말 안전한가"라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고도정수처리를 통해 안전하게 공급된다고 설명하지만, 녹조가 반복될수록 시민들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보를 적절히 개방해 유속을 회복시키고 녹조 발생을 줄이자는 주장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제기되고 있다. 보 개방은 물을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강을 강답게 흐르게 만들어 수질을 개선하고,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양의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건강한 하천을 만들자는 것이다.
부산 시민에게 낙동강 녹조는 환경 문제가 아니다. 매일 마시는 물의 안전, 우리 아이들의 건강, 그리고 지역의 미래가 걸린 생존의 문제다. 그것이 4대강 사업을 다시 평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지난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4대강 정책은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됐다. 보를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는 사이 현장 공무원들은 전문적 판단보다 정치적 눈치를 보는 상황에 놓였고, 농민들은 서로 다른 주장 속에서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이제는 진영 논리를 넘어야 한다. 무엇이 낙동강의 물을 건강하게 만드는지는 이미 판명이 나 있다. 보를 개방하고 강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이 약속했던 '가뭄과 홍수를 동시에 해결하는 만능 물그릇'이라는 신화는 현실에서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 기후위기 시대의 물관리는 단순히 강에 물을 가두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유역 전체를 고려한 통합 물관리,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체계, 녹조 저감 대책, 습지와 자연하천의 회복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강은 호수가 아니다. 흐르는 강이 건강한 강이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물을 가두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깨끗한 물을 필요한 곳에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는가'를 묻는 물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반복되는 가뭄과 녹조,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해답이다.
부산 시민에게 낙동강 녹조는 환경 문제가 아니다. 매일 마시는 물의 안전, 우리 아이들의 건강, 그리고 지역의 미래가 걸린 생존의 문제다. 그것이 낙동강의 보를 활짝 열고 강물을 흐르게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