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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시사칼럼] 신규 원전 건설 타당한 결정인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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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 전 동의대 철학과 외래교수.
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 전 동의대 철학과 외래교수.
조용우 시사칼럼니스트, 전 동의대 철학과 외래교수.

신규원전 건설 문제에 대한 공론화의 불필요성과 무용성, 그럼에도 졸속적인 공론화를 통해 원전 건설의 당위성을 피력한 기후부 장관의 불순한 의도에 대해 앞서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공론화 과정의 문제점은 여론조사의 형식과 내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신규원전 건설에 대해서 국민 의견을 묻겠다고 실시한 여론조사는 한마디로 엉터리 그 자체였다. 설문조사 문항의 편파성뿐만 아니라, 정책결정을 위한 설문 전체와 답변의 일관성에 대한 검증도 없었고, 설문조사 결과 모두를 공개하지도 않았다. 공개를 요구하자 시민단체 일부에게만 제공하고, 추가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과 시민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말만 공론화일뿐 신뢰할 수 있는 민주적 숙의와 토론 과정은 전혀 거치지 않은 속 빈 강정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1차, 2차로 그 결과를 나누어 발표하면서 수도권이나 지방이나 전 국민이 압도적으로 원전 건설을 지지하는 것인양 언론 플레이를 하였다.

객관적인 설문조사가 되려면 어떤 조건에 대해 설명없이 신규 원전 건설 찬반을 묻거나, 모든 조건을 다 고려한 상태에서 설문조사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원전 건설이라는 정책적 결론의 배경 설명만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설문을 진행했다. 이미 답이 한 방향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는 객관성을 상실한 유도성 질문으로 설문 문항이 설계된 것이다.

설문은 '에너지믹스'를 전제로 원전 필요성을 물었다. 사실상 "원전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전제를 깔고 동의를 구하는 구조인 셈이다. 예컨대 만일 당신에게 '향후 AI 산업 등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할 것이 예상되는데 신규 원전 건설 여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는다면 공정한 답변이 나오리라 생각하는가.

반면에 오히려 실질적인 문제인 핵폐기물 문제, 사고 위험, 입지 갈등, 대안 시나리오 등 원전 건설의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입지 문제를 배제한 채 "원전이 필요하냐"고 묻는 것 자체가 사실은 현실 왜곡이다. 만일 '신규 원전을 수도권에 건설하는 데 찬성하는가' 또는 '우리 동네에 원전이 건설되어도 찬성하는가'를 물었다면 그 답이 어땠을까. 이 분야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원전 논의의 본질은 '원전이 필요한가'가 아니라 '누가 핵 위험을 떠안느냐'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여론조사는 원전지역 주민들의 의사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는 문제점 또한 노출된다. 정부는 교묘한 발표를 통해 오히려 수도권 보다 원전 밀집 지역인 영남에서 찬성율이 더 높게 나왔다고 언론 플레이 했지만 이번 조사에 원전 밀집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 의견이 실질적으로 얼마만큼 충실히 반영되었을지 의문이다. 원전 정책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집단이 배제됐다는 사실은 이번 여론조사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위험과 부담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사안일수록 지역 주민 의견은 더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결국 윤석열 정부에서 수립한 11차 전기본 계획에 근거한 엉터리 여론조사, 뻥튀기 AI 전기 수요에 기반한 신규핵발전소 건설 강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난 윤석열 정부는 원전의 발전 비중을 2030년 약 31.8%, 2038년 약 35.2%로 상향한다는 11차 전기본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 계획을 수립했다.

문제는 이러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기존의 여론과 배치되는 일방적 결정이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을 두고, 윤석열 정부는 국민적 결정을 일방적으로 번복하며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수립했던 것이다. 물론 그 책임은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단지 기존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 정부가 다시 신규 원전 건설을 공론화 대상으로 삼고 이를 또 졸속 추진하여 그 결과에 따라 신규원전 건설을 천명하는 것은 그간 대통령이 표명했던 주장과 반함은 물론이거니와 민주주의 절차와 국민적 합의조차도 재차 부정하고 희화화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계엄과 내란 사태로 탄핵되어 이미 정통성을 상실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적 잔재를,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가 그대로 계승 유지하려는 듯한 태도라 더더욱 수긍하기가 어렵다. 시민사회진영이 지적하는 바 대로 '문재인 민주당 정부가 실시했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서 애써 도출했던 합의를 무시하는 것일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립했던 11차 전기본의 핵발전 증설을 공론화라는 외피로 정당화해주는 것에 불과한' 결정일 뿐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 시기 진행된 신고리 5·6호기 건설 폐지 공론화 과정은 단순히 건설 재개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그치지 않았다. 당시 여론은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에 반대하며, 향후 신규 핵발전소 건설은 중단해야 한다는 에너지 전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하는 과정이었다. 당시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의 53.2%는 핵발전을 축소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핵발전을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9.7%에 불과했다. 이는 특정 정부의 입장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참여해 결정한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 정책의 기준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을 두고, 이재명 정부에서 다시 엉터리 졸속 공론화를 통해 신규 원전 건설을 재추진하려는 시도는 민주적 결정의 무게를 희석시키는 행위이자, 정책적 신뢰성과 절차적 정당성에 심각한 의문을 남길 잘못된 결정일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 시절 폐지 공론화가 이루어졌고 또한 현 대통령도 수차례 신규 원전 건설의 불필요성을 강조했던만큼 폐지를 공식화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시민사회진영 또한 "최근의 여론조사를 근거로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은 책임 회피이며,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비겁함"이라고 거듭 비판하고 있다.

원전 정책과 같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국민적 아젠다는 전폭적인 국민의 공감과 신뢰 속에서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정권의 변화에 따라 계획이 뒤바뀌고 그때그때 급조된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발생시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대목이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잘못 수립된 역주행 원전 정책을 과감하게 폐기하고 기존의 방침대로 신규 원전 백지화를 공식 확정하는 12차 전기본을 수립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제대로된 국민 여론 수렴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전력수요 데이터를 통해서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신중히 검토한 후 12차 전기본을 수립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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