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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호 칼럼] 상상은 느닷없이 임팩트는 레드닷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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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안현호 기자]?재규어의 '핑크색 모놀리스(monolith)'와 제리 맥거번? 그리고 돌팔매질 당한 선구자들

"모든 진리는 3단계를 거친다. 첫째, 조롱당한다. 둘째,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다. 셋째, 자명한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2025년 12월 3일, 재규어 랜드로버(JLR)의 디자인 수장 제리 맥거번(Gerry McGovern)이 결국 짐을 쌌습니다. 지난 20년간 랜드로버를 럭셔리 SUV의 제왕으로 만들고, 전설적인 디펜더를 부활시켰던 '미다스의 손'이, 재규어라는 난제를 풀려다 '공공의 적'이 되어 쓸쓸히 퇴장한 것입니다.

세상은 그가 만든 'Type 00'를 가리켜 "재규어를 망친 흉물"이라 비웃습니다. 하지만 역사의 법정에서 이 사건을 다시 심리해봅시다. 과연 그가 만든 것은 단순한 실패작이었을까요, 아니면 우리가 아직 해독하지 못한 미래의 예고편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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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s://media.jaguar.com/en/image-pa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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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의 미학 - 자동차라는 코르셋을 벗기다?

정확히 1년 전, 맥거번은 'Copy Nothing(아무것도 모방하지 않는다)'이라는 기치 아래 재규어의 심장에 메스를 댔습니다. 그의 처방은 치료가 아니라 절단이었습니다. 창립자의 유산인 우아한 곡선, 표범 앰블럼, 심지어 자동차다움까지 모두 도려냈습니다.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은 거대하고 각진, 마치 깎아지른 비석 같은 핑크색 덩어리였습니다. 대중은 경악했습니다. '바퀴 달린 냉장고', '움직이는 쓰레기통'이라는 조롱이 쏟아졌습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를 떠올려야 합니다. 1957년, 여성의 허리를 잘록하게 조이는 것이 미의 기준이던 시절, 그는 허리 라인을 없앤 펑퍼짐한 색(Sack, 자루) 드레스를 내놓았습니다. 당시 평론가들은 '여성의 몸을 감자 자루에 가뒀다', '섹시함의 종말'이라며 혹평했습니다. 지금 재규어 Type 00가 듣는 '냉장고 같다'는 비난은, 당시 발렌시아가가 들었던 '감자 포대 자루 같다'는 비난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맥거번은 자동차의 '섹시한 허리 라인(곡선)'을 일부러 지우고, 가장 순수한 덩어리감(Mass) 그 자체를 제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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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157865

역사의 평행이론 - 위대한 혁신은 원래 못생겼다.?

역사 속의 거대한 도약은 단 한 번도 예쁘다는 찬사 속에서 태어난 적이 없습니다. 혁신은 언제나 익숙함을 파괴하며 등장하기에 필연적으로 '불쾌함'과 '혐오'를 동반했습니다.

▷ 검은 치욕의 구덩이(베트남전 기념비) -1981년, 마야 린이 설계한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비가 공개되었을 때, 미국 사회는 분노했습니다. 영웅적인 동상 대신 땅을 파내고 검은 벽을 세운 디자인을 두고 사람들은 '미국에 대한 모욕', '검은 흉터'라며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그 장식을 배제한 순수한 형태의 힘은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치유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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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s://www.bing.com/images/search?view=detailV2&ccid=IpvKGorp&id=69A0253AADBAF57A9F8BA330B82D47976F9CF737&thid=OIP.IpvKGorp3nExx38A_W6vpAHaE8&mediaurl=https%3a%2f%2fimages.surfacemag.com%2fapp%2fuploads%2f2019%2f05%2f27111720%2fMaya-lin-memorial-day-2000x1334.jpeg&exph=1334&expw=2000&q=Vietnam+Veterans+Memorial&FORM=IRPRST&ck=A950DEC955266CD5514AB1DC76ACA474&selectedIndex=0&itb=0&ajaxhist=0&ajaxserp=0

▷ 누가 밟아서 찌그러진 굼벵이(크라이슬러 에어플로우) - 1934년 네모난 마차가 당연하던 시절에 등장한 유선형 자동차 '에어플로우'는 대중에게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었습니다. '흉측한 굼벵이 같다'는 비난 속에 차는 단종되었지만, 불과 5년 뒤 세상의 모든 자동차는 에어플로우를 닮아갔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thehenryford.org/collections-and-research/digital-collections/artifact/27480#slide=gs-20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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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장 폐기물 의자(허먼 밀러 에어론 체어) - 가죽 쿠션이 없는 사무용 의자 '에어론'이 처음 나왔을 때, 전문가들은 '해골 같다',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것 같다'고 혹평했습니다. 하지만 이 의자는 '시각적 안락함'을 해체하고 '공학적 기능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세우며 현대 디자인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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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s://www.hermanmiller.com/en_lac/products/seating/office-chairs/aeron-chair/design-story/

더 깊은 혐오-선구자는 언제나 '공공의 적'이었다?

단순히 "못생겼다"는 비난을 넘어, 사회적 매장을 당하거나 쫓겨난 사례들 역시 맥거번의 운명과 닮아있습니다.

▷ 건축가가 추방당한 비운의 걸작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 1957년, 이외른 우촌이 설계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조감도가 공개되자 호주인들은 분노했습니다. 기하학적인 지붕을 두고 '거북이들의 짝짓기', '흉측한 곤충의 등껍질'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우촌은 맥거번처럼 예산 초과와 여론 악화를 이유로 해고당했고, 쫓겨나듯 호주를 떠났습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완공된 건물을 보지 못했지만, 오늘날 그 '흉물'은 인류의 유산이 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hermanmiller.com/en_lac/products/seating/office-chairs/aeron-chair/design-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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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s://whc.unesco.org/en/list/166/gallery/

▷ 마부들의 적이 된 우산 (조나스 한웨이) - 18세기 런던에서 조나스 한웨이가 처음 우산을 썼을 때, 그는 단순한 비웃음을 넘어 생명의 위협을 받았습니다. 마부들은 그에게 쓰레기를 던지고 마차로 치어 죽이려 했습니다. "비는 그냥 맞는 것"이라는 남성성을 해체하고, '마차 산업'을 위협했기 때문입니다. 낯선 도구에 대한 대중의 공포는 이토록 폭력적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whc.unesco.org/en/list/166/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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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as Hanway - 1st umbrella in London Elisabeth Bilz 2018-07-16 일러스트 출처 - https://artsandculture.google.com/asset/jonas-hanway-1st-umbrella-in-london-elisabeth-bilz/WgEpzZanrC0e2A?hl=en

비극의 원인 - 예술가의 시계 vs 자본가의 계산기?

그렇다면 맥거번은 왜 쫓겨났을까요? 그가 실패한 진짜 이유는 디자인의 결함이 아니라 '타이밍의 불일치'라고 보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타타 그룹과 새로운 경영진에게 필요한 것은 '10년 뒤의 철학'이 아니라 '당장 내일 팔릴 물건'이었습니다. 맥거번의 충격 요법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Noise Marketing), 대중이 이 급진적인 파격을 이해하고 지갑을 열기까지 기다려줄 '자본의 인내심'은 바닥났던 ㄷ것으로 보입니다.

콘셉트 카는 원래 '내일의 정답'이 아니라 '오늘의 질문'을 던지는 역할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그에게 질문이 아니라 정답을 요구했고, 그는 타협하지 않다가 부러진 것입니다.

가장 대담했던 선구자의 쓸쓸한 퇴장?

제리 맥거번의 'Type 00'는 2025년 버전의 <아비뇽의 처녀들(피카소)>이었습니다. 피카소가 입체파 그림을 처음 내놓았을 때 동료들조차 "자네는 우리에게 휘발유를 마시고 불을 뿜으라고 하는군"이라며 등을 돌렸지만, 현대 미술은 거기서 시작되었습니다.

맥거번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단지 너무 일찍 도착했을 뿐입니다. 그는 랜드로버에서의 성공에 도취되어, 소비자들이 이 '핑크색 모놀리스'를 받아들일 수 있는 속도를 무시하고 혼자 너무 멀리 뛰어가 버렸습니다.

이제 맥거번이 사라진 재규어는 다시 대중이 원하는 대로, 그릴을 그려 넣고 헤드램프를 키운 '안전하고 예쁜 차'를 만들러 돌아갈 것입니다. 당장의 매출은 회복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자동차 역사에서 "자동차가 기계의 껍질을 벗고 예술적 오브제가 될 뻔했던 유일한 기회"는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졌습니다.

먼 훗날, 모든 전기차가 그릴을 없애고 미니멀리즘으로 수렴될 때, 우리는 뒤늦게 그를 다시 호출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렇게 회고할 것입니다.

'그때 그 미친 디자이너가 옳았다. 그가 만든 것은 냉장고가 아니라,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물론! 에펠탑을 대했던 초기 다수의 혹평에 맞서는 듯한 소심한?개인의 지지 선언입니다. 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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