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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상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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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설천봉의 상제루, 지난해 화마로 소실된 후 다시 태어난 모습이다(사진_조용우)
덕유산 설천봉의 상제루, 지난해 화마로 소실된 후 다시 태어난 모습이다(사진_조용우)
덕유산 설천봉의 상제루, 지난해 화마로 소실된 후 다시 태어난 모습이다(사진_조용우)

설천봉의 겨울 하늘 아래,
상제루는 마치 구름과 눈 사이에 걸린 시간의 누각처럼 서 있다.

검푸른 돌로 쌓아 올린 성벽은
수백 번의 바람과 수천 번의 눈을 견뎌낸 늙은 산의 등뼈와 같고,

그 위에 얹힌 상제루는
눈부신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숨 쉬는 듯하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도
기와는 따뜻한 빛을 머금고,
하늘은 깊고 투명한 푸름으로 고요를 펼친다.

발아래 흰 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세상의 소음을 모두 덮어버린
가장 순결한 침묵이 되어 길 위에 놓여 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산은 천천히 숨을 쉬듯 구름을 밀어 올리고,
상제루는 그 위에서
하늘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지키는 파수꾼 같다.

여기선,
시간마저도 눈 속에 잠긴 듯 느리게 흐르고,
사람의 마음은 눈보다 더 맑아져
잠시 세상의 무게를 내려놓게 된다.

덕유산 설천봉의 상제루는
겨울이라는 계절이 하늘에게 올리는
조용한 기도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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