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산서원 앞을 흐르는 낙동강이 꽁꽁 얼었다.
흐르던 물은 발걸음을 멈추고
유리처럼 투명한 시간 속에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 듯하다.
강가의 나무는 잎을 모두 내려놓고도
메마른 팔을 하늘로 뻗은 채, 겨울의 무게를 고요히 견디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다.
얼어붙은 강 건너 섬처럼 솟은
시사단의 언덕과 나무는 시간의 섬이 되어 흐르지 않는 강 위에 떠 있는 듯하다.
언 강 너머로 과거시험 시제를 앞에 둔 선비들의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지고, 마치 기다림도 하나의 길이라 말하듯, 정지한 풍경 속에서 가장 깊은 움직임으로 다가온다.
깊은 숨을 고르며 다시 흐르기 위해,
더 푸른 봄을 건너오기 위해 지금은 잠시, 겨울이라는 이름의 침묵 속에 머물고 있는 낙동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