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창원=한스경제 정수연 기자 | 내국인을 상대로 한 불법 도박사이트에 시스템과 게임머니를 대주며 2,700억 원에 달하는 돈을 굴려온 공급 조직이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덜미를 잡혔다. 개발사 대표 A씨(40대) 등 7명과 벤더사 총책 B씨(40대) 등 2명 등 총 9명이 도박공간개설 혐의로 검거돼 이 중 3명은 구속, 6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벤더사 한 곳이 굴린 돈의 규모다. 벤더사는 개발사와 개별 도박사이트 운영자 사이에서 사이트와 게임머니를 중개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개발사로부터 공급받은 사이트 31개를 운영자들에게 분양하는 한편, 베팅용 게임머니, 이른바 '알'을 대량으로 사들여 되파는 방식으로 자금을 유통했다. 이렇게 2024년 5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벤더사가 챙긴 돈은 게임머니 판매대금 등을 합쳐 약 2,7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사이트를 직접 만든 개발사가 손에 쥔 돈은 훨씬 적었다. 개발사는 해외 온라인 카지노의 실시간 영상을 도박사이트에 연동하는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국내 이용자가 카지노 게임에 베팅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이런 수법으로 도박사이트 153개를 제작·관리했다. 하지만 2023년 6월부터 2026년 4월까지 그 대가로 받은 돈은 약 21억 8,000만 원. 시스템을 만든 개발사보다, 이를 실제 이용자들에게 유통시킨 벤더사 쪽으로 100배 넘는 돈이 흘러간 셈이다.

경찰은 2025년 12월 벤더사 팀장 관련 첩보를 확보한 뒤 자금 흐름을 추적해 벤더사 관계자 2명과 개발사 관계자 7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계좌 분석으로 확인한 벤더사의 범죄수익 약 10억 원은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해 법원의 인용 결정을 받았고, 개발사가 관리하던 사이트 중 22개는 접속이 차단됐다. 해외로 도피한 공범 2명에게는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이번 수사는 개별 도박사이트 운영자를 붙잡는 데 그치지 않고, 사이트 제작·관리부터 분양, 게임머니 유통까지 맡은 공급 조직 전체를 뿌리째 추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러 도박사이트에 시스템과 게임머니를 동시에 대주는 분업 구조가 이번 수사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경남경찰청은 SNS 등으로 도박사이트 가입이나 이용을 권유받더라도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하며, 불법 사이버도박 근절을 위한 특별단속에 계속 수사력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