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국제뉴스) 이규성 기자 = KAIST 한순규 화학과 교수가 105년 역사의 세계적 유기화학 학술지 '오가닉 신세시스' 편집위원에 한국인 화학자로는 처음 선출됐다. 논문을 서류로 심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연구자의 합성법을 직접 실험해 재현성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자리다.
KAIST는 한 교수가 지난달 23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오가닉 신세시스 재단 총회에서 14명으로 구성된 편집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다고 11일 밝혔다.
한 교수는 앞으로 5년간 저널에 게재할 연구를 제안·초청하고 선정하는 것은 물론, 다른 연구자가 개발한 합성법을 자신의 연구실에서 직접 재현해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임기는 이후 최대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1921년 창간된 오가닉 신세시스는 일반적인 학술지와 달리 제출된 유기화학 합성법을 편집위원 연구실에서 직접 반복 실험한 뒤 재현성이 확인돼야 출판한다. 수율과 선택성, 정제 과정까지 실험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수록된 합성법은 세계 유기화학계에서 신뢰도 높은 실험 지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만큼 편집위원에게는 논문을 평가하는 학문적 안목뿐 아니라 다른 연구자의 실험을 그대로 재현하고 결과의 신뢰성을 판단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실험 역량이 요구된다. 200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료지 노요리 교수를 비롯해 유기화학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자들이 이 역할을 맡아왔다.
현재 편집위원회에는 통상 아시아 지역 학자 2명이 참여해 왔으며 일본·중국·홍콩 화학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화학자가 선출된 것은 한 교수가 처음으로,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홍콩대학교 파울린 츄 교수의 뒤를 잇는다.
이번 선출로 KAIST 화학과는 한 교수의 재임 기간 오가닉 신세시스 재단의 지원을 받아 세계적인 유기화학자를 초청하는 '오가닉 신세시스 석학 강연 시리즈'도 개최할 수 있게 됐다.
한 교수는 복잡한 천연물의 화학적 합성을 연구해 온 유기화학자로 2014년 KAIST에 부임했다. 최근에는 분자 광스위치와 합성 천연물 유도체를 활용한 항암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 등으로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는 국제학술지 '오가닉 레터스' 부편집장도 맡고 있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한국인 최초 편집위원 선출은 KAIST의 기초과학 연구 역량과 우리나라 유기화학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한순규 교수는 "성실한 편집위원 활동을 통해 세계 화학자들에게 기여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화학 지식을 축적해 인류의 화학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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