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산=한스경제 이화랑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전국 4대 항만공사(PA) 통합안'을 두고, 해당 지역 시민사회가 "국가 항만 경쟁력을 무력화하고 지방분권 흐름에 정면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연대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와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등 전국 4개 항만 지역 30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오늘(7일) 오전 11시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전국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 개편 방안'에 포함된 항만공사 통합 추진의 즉각적인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현장 발언을 통해 정부가 내세운 '통합을 통한 행정 효율화' 논리를 강하게 정면 반박했다. 박재율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공동대표는 "부산(환적), 인천(수도권 물류), 울산(에너지), 여수광양(석유화학·철강) 등 항만마다 기능과 배후산업, 발전 전략이 완전히 다르다"라며 "이를 중앙정부 산하의 하나의 거대 조직으로 묶고 각 지역을 '지사'로 격하시키겠다는 것은 70~80년대식 중앙집권적 발상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현장에서는 세계적인 항만 운영 트렌드와의 괴리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시민사회 측은 "네덜란드 로테르담항만공사는 지방정부 출자 지분이 70%에 달하고, 싱가포르, 독일 함부르크, 중국 상하이 등 글로벌 경쟁 항만들은 예외 없이 지방정부 주도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독립 운영되고 있다"며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면서 세계적 흐름과 반대로 조직을 통합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통합이 강행될 경우 발생할 실질적인 폐해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한 활동가는 "하나의 한국항만공사 체제로 묶이면 한정된 재원을 두고 네 개 지역이 쪼개기식 배분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생명인 스마트 항만 구축이나 AI·소프트웨어 개발, 해외 물류센터 개척 등 대규모 투자가 지연되어 부산항의 세계적인 환적항 순위가 뒤로 밀리는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중앙집권적 관료주의가 국가적 위기를 키웠다"며 "인사 낙하산, 투자 규제 등 자율성이 결여된 현재의 기획재정부 중심 공기업 운영 체제를 먼저 개선하고 공청회를 거치는 것이 순서"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특히 청와대와 중앙정부의 '불통 행정'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 등 주요 책임자 교체 시기와 맞물려 지역의 반대 여론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공동대표는 "청와대 내부에서도 재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묵살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시민단체 간담회를 열었다고 하지만 수도권 인사들 위주로만 경청할 뿐, 정작 지역에서 수십 년간 활동해 온 현장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고발했다.
시민사회는 향후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한 정치권의 결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항만공사 통합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인 만큼,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과 4개 항만 지역(부산·인천·울산·전남) 정치인들이 초당적으로 연대해 법안 처리를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체들은 "본사 유치나 인센티브 같은 정부의 '강행 추진 프레임'에 말려들어 지역 간 갈등을 빚을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그동안 침묵을 지켜온 전재수 부산시장을 비롯해 사개 지역 단체장들은 즉각 우려를 표명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부산·인천·여수광양에서는 동시 기자회견이 진행됐으며 울산 지역은 성명서 배포로 뜻을 모았다. 전국 항만 지역 시민사회는 향후 경남 지역 등과 연대를 확장하는 한편,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청와대 앞 상경 기자회견 및 강력한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