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국제뉴스) 이규성 기자 =대전시교육청 공사 현장의 물가변동(ES)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둘러싸고 교육청의 행정 처리 적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공사가 감리단을 통해 관련 서류를 교육청 시설과에 제출하고 교육청 감독관의 요구에 따라 수차례 자료를 보완했는데도 뒤늦게 "재무과에 접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금액 조정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다.
여기에 교육청 A시설과장이 "이미 기성금이 지급된 상황이어서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새로운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기성금 지급 이후에는 되돌릴 수 없다면, 왜? 지급 전에 시공사와 감리단에 이를 알리지 않았는가.'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시공사 측에 따르면 물가변동(ES)은 생산자물가지수 등 물가 변동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계약금액 조정을 검토하는 절차로, 해당 공사 계약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시공사는 지난 4~5월 교육청 감독관 및 감리단장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ES 신청 의사를 밝혔고, 지난 5월 26일 감리단에 관련 공문을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감리단은 다음 날인 5월 27일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문서24를 통해 대전시교육청 시설과에 전자문서로 접수했다.
이후 교육청 감독관은 제출된 산출 내역을 검토하면서 일부 내용에 대해 수차례 수정을 요구했고, 시공사는 이에 따라 자료를 보완해 최종 제본 서류까지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ES 신청과 검토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자료 보완까지 마친 뒤 상황이 달라졌다.
시공사 측은 교육청으로부터 "재무과에 관련 서류가 접수되지 않아 ES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시공사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처음부터 재무과 접수가 계약금액 조정을 위한 필수 절차였다면 감리단이 시설과로 문서를 접수한 5월 27일 이를 바로잡도록 안내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설과가 자신의 소관이 아니거나 재무과에 별도 접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감리단에 즉시 안내해 올바른 절차를 밟도록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교육청 감독관이 관련 자료를 실제 검토하고 수차례 수정·보완까지 요구했다는 시공사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의문은 더욱 커진다.
서류를 검토하고 수정까지 요구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재무과 미접수'는 왜 확인하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A 시설과장의 설명도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A 시설과장은 절차상의 문제를 설명하면서 감리단을 통해 재무과에 관련 서류가 접수됐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미 기성금이 지급된 만큼 현시점에서는 이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취지의 설명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또 다른 질문을 낳는다.
기성금 지급이 ES 계약금액 조정 여부를 사실상 돌이키기 어려운 단계로 만드는 것이라면 교육청은 기성금 지급 전에 ES 신청과 관련한 행정 절차가 제대로 진행됐는지를 더욱 면밀하게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5월 27일 시설과에 관련 문서가 접수됐고 이후 자료 검토와 보완 과정까지 있었다면 교육청에는 문제를 바로잡을 시간과 기회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때 "재무과에 다시 접수해야 한다"고 한마디만 안내했다면 감리단이나 시공사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고 현재와 같은 논란 역시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재무과에 접수되지 않았다", "기성금이 이미 지급돼 되돌릴 수 없다"는 설명만 반복한다면 교육청 내부의 행정 절차상 문제 가능성을 계약 상대방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안을 시설과와 재무과 가운데 어느 부서의 업무인지 따지는 문제로만 접근해서도 안 된다.
핵심은 '누가 접수했어야 했느냐'가 아니라 '교육청은 잘못된 절차를 언제 알았고, 왜 바로잡지 않았느냐'에 있다.
교육청은 감리단이 왜 시설과로 문서를 접수했는지, 시설과는 접수한 문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감독관은 어떤 근거로 자료를 검토하고 수정을 요구했는지, 재무과 미접수 사실을 언제 인지했는지, 기성금 지급 전에는 왜 이를 알리지 않았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단순히 규정과 절차에 대한 원론적인 설명만 되풀이해서는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
행정기관은 계약 상대방에게 절차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책임이 끝나는 조직이 아니다.
잘못된 부서에 서류가 들어왔다면 담당 부서를 안내하고, 보완이 필요하다면 제때 알려 행정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적극행정의 기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행정조직과 계약 업무에 대한 정보와 대응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업체를 상대로 교육청 내부의 복잡한 업무분장을 모두 파악해 스스로 해결하라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이는 전형적인 '복지부동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대전시교육청은 학생들에게 공정과 책임, 배려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다.
교육기관의 행정은 다른 어느 기관보다도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있게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잘못이 업체에 있다면 객관적인 자료와 규정을 통해 명확하게 설명하면 된다.
반대로 교육청의 안내 누락이나 업무 소홀, 부서 간 협조 미흡이 원인이었다면 이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이다.
"이미 기성금을 지급했으니 되돌릴 수 없다"는 말이 행정의 마지막 답변이 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묻고 싶은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 교육청은 무엇을 했는가"다.
이제 공은 오석진 대전시교육감에게 넘어갔다.
새롭게 대전교육을 이끌고 있는 오 교육감은 이번 문제를 단순히 시설과와 재무과 사이의 계약 실무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문서 접수부터 검토와 보완, 기성금 지급, ES 반영 불가 통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객관적으로 살펴 행정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교육청 내부의 잘못된 안내나 업무 소홀, 부서 간 소통 부재가 확인된다면 시정과 재검토는 물론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책임 있는 기관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무자의 설명만 듣고 끝내는 자리가 아니다.
행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사람이나 업체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았는지 살피고, 조직의 잘못이 있다면 과감하게 바로잡는 것이 기관장의 역할이다.
오 교육감이 취임 이후 강조해 온 소통과 책임 행정도 이런 문제에서 평가받는다.
약자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겠다는 말은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있다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행정의 잘못이 있다면 바로잡는 모습으로 증명해야 한다.
대전교육청이 이번 사안을 계기로 부서 간 책임 떠넘기기와 소극적인 행정 관행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오석진 교육감 역시 이번 논란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누군가의 행정상 실수가 있었다면 책임을 묻고, 제도에 허점이 있다면 고치고, 업체의 정당한 권리가 행정 절차상의 문제로 침해됐다면 가능한 구제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학생들에게 공정과 책임을 가르치는 대전시교육청이 먼저 보여줘야 할 행정의 자세다.
'접수를 잘못했으니 어쩔 수 없다'가 아니라 '왜 잘못된 접수를 제때 바로잡지 못했는가'.
'이미 지급했으니 끝났다'가 아니라 '그 전에 왜 제대로 안내하지 못했는가'.
대전시교육청과 오석진 교육감이 지금 답해야 할 질문이다.
민영뉴스통신사 국제뉴스/lks705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