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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죽음의 톱니바퀴, 서산 대산공단 크레인 사망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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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용노동부 제공)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서산=국제뉴스) 백승일 기자 = 지난 9일오후 5시 45분경 충남 서산 대산공단에서평범한 퇴근길을 앞둔 한 숙련 노동자의 생명이 무심히 튕겨 나온 강철 핀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 직경 7.5cm, 길이 25cm의 강철 핀은 단순한 쇳덩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 가족의 가장이자, 삶의 터전에서 땀 흘리던 한 인간의 마지막을 알리는 비극의 흉기였다.

숙련 노동자의 마지막, 그리고 반복되는 비극

사망한 50대 A씨는 협력업체 소속으로, 보일러 교체 작업을 마친 뒤 크레인 해체 작업을 돕기 위해 크레인 위로 올라섰다. 아마 그는 그날도 여느 때처럼 고된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크레인의 무게추를 고정하던 핀이 이탈하며 A씨의 가슴을 강타했고, 그는 약 2m 아래로 추락했다. 찰나의 순간, 삶과 죽음이 갈렸다.

이 사고 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또…"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산업 현장의 사망사고는 더 이상 낯선 소식이 아니다. 크레인 사고, 무게추 이탈, 해체 작업 중 사고, 하청 노동자 사망… 너무나도 익숙한 조합은 우리 사회의 무감각을 증명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 익숙함이 한 생명을 앗아가는 비극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그 실효성에 대한 물음표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 따라 조사가 진행 중이다. 중대재해법 제2조, 제4조에 따르면 하청 근로자의 사망사고에 대해 원청 경영책임자까지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법이 제정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현장에서는 작업 허가서 발급 없이 작업을 시작하거나 감시자 없이 중량물을 해체하고, 심지어 보호장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이 아무리 촘촘하게 마련되어도, 현장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되풀이되는 산업재해, 무엇을 바꾸었나

우리는 지난 수년간 수많은 산업 현장 사고를 지켜봐 왔다. "이번엔 크레인이었지만, 다음엔 굴착기일 수도, 컨테이너일 수도, 고소 작업대일 수도 있습니다."라는 섬뜩한 경고처럼, 사고는 언제든 이름만 바꿔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를 묻는 것을 넘어, '우리가 무엇을 바꾸었는가'를 냉정하게 돌아보는 일이다.

대산공단 하늘 아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한 노동자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그것은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우리의 산업 현실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일 수 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우리는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산업 현장에서 생명보다 우선인 일은 그 무엇도 없다는 것을. 안전은 그 어떤 가치와도 타협할 수 없는 절대적인 원칙이어야 한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 전체의 각성과 책임 있는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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