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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초 만에 덮친 네팔 홍수···경보망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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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산사태 현장. /연합뉴스
네팔 산사태 현장. /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네팔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가 산사태와 빙하 붕괴가 겹치면서 발생한 '돌발 홍수'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산악 고지대에서 막대한 양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급류가 단 몇 초 만에 하류를 덮친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하천 수위 중심의 홍수 경보체계로는 이처럼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재난을 사전에 포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질학계에서는 지난 26일 네팔과 티베트 일대를 강타한 홍수가 고지대 산사태와 빙하 붕괴로 대량의 물이 한꺼번에 방출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반적인 집중호우에 따른 하천 범람과 달리 산악 지형 자체가 무너지면서 급류가 형성된 만큼 발생 속도와 규모를 사전에 가늠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실제 홍수 당시 급류는 건물과 시설물을 순식간에 덮쳤다. 하류 지역에서 수위 상승을 확인한 뒤 대응하기에는 시간이 거의 없었던 셈이다.

▲ 수위 오르기 전 산이 무너졌다···기존 경보체계 한계

빙하와 빙하호 위험을 감시하는 방식은 통상 특정 위험 지역을 집중적으로 관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시간 영상이나 레이저 장비로 수위를 측정하고 현장 관측을 반복해 이상 징후를 찾아낸다. 이를 토대로 홍수 발생 가능성과 하류 지역 피해 규모를 판단한다.

문제는 이번과 같이 산사태나 빙하 붕괴가 갑자기 발생할 경우다. 사전 징후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사고 지점도 특정하기 어렵다. 이런 유형의 재난을 포착하려면 산악지대 전반으로 감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장비와 인력, 통신망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네팔의 기존 홍수경보 체계도 이런 돌발 사태에는 취약한 구조다. 현재 네팔은 하천과 호수의 수위계를 중심으로 홍수 위험을 감시하고 있다. 일정 시간에 걸쳐 수위가 상승하는 일반적인 범람을 감지하는 데 적합한 방식이다.

이번 홍수처럼 산 일부가 갑자기 무너지거나 빙하가 붕괴하면서 대규모 급류가 발생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하류의 수위계가 위험을 감지했을 때는 이미 홍수가 상당한 속도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기존 경보체계의 설계 범위를 넘어서는 재난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빙하호 2070개 품은 네팔···21곳 이미 고위험

히말라야 산악지대의 지형 자체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산악 지역을 연구하는 정부 간 기구가 2020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네팔에는 빙하호 2070개가 분포해 있다. 이 가운데 21개는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네팔과 국경을 맞댄 중국 티베트와 인도 히말라야 지역에도 빙하호가 대거 자리 잡고 있다. 산악지대 전체가 빙하 붕괴와 빙하호 범람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모든 빙하와 산악지역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도시계획과 대피 체계를 함께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의 빙하 위험 전문가 앨턴 바이어스는 실시간 감시만으로 경보하기 어려운 돌발 홍수에 대비하려면 범람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개발부터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천 주변 범람원에 건물을 짓는 일을 줄이고, 주민들이 즉시 이동할 수 있도록 대피로를 마련해 평상시부터 위치와 이동 방법을 숙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히말라야 지역에서 반복되는 빙하·산악 재해가 기존 '수위 감시형' 홍수 대응 체계의 사각지대를 드러내면서 네팔을 비롯한 주변국의 재난 대응 시스템도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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