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구글 과징금 부과에 반발해 무역법 301조를 활용한 관세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U가 미국 빅테크 기업을 차별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구글이 EU로부터 추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는 소식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구글을 "세계적으로 앞선 기업"이라고 평가한 뒤 "EU가 명확한 설명 없이 10억달러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미국이 유럽의 저금통 역할을 하도록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기업과 납세자를 상대로 한 EU의 규제 관행을 문제 삼으며 무역법 301조 조사에 즉각 착수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을 약탈하는 관행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며 "EU는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동에 대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EU가 부과한 과징금이 환급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규모의 관세가 신속하게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구글뿐 아니라 애플과 메타, 아마존 등 미국 주요 기업에도 과도한 과징금을 매겨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EU가 애플에 150억달러, 메타에 30억달러, 아마존에 25억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구글에 대한 누적 과징금도 18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언급했다.
EU의 조치를 미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로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정책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사실상 방치됐지만 자신의 행정부에서는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EU는 구글이 디지털시장법(DMA)을 위반했다며 8억9000만유로, 한화 약 1조5000억원의 과징금을 추가로 부과했다.
DMA는 시장 지배력이 큰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마련된 법으로, EU는 구글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거나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제한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차별하거나 불공정한 무역 정책을 시행한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부가 관세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조사와 공청회 등을 거쳐 상대국의 정책이 미국 통상에 불이익을 초래하는지 판단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관세나 수입 제한 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무역법 301조 조사와 관세 부과를 언급한 만큼 USTR도 조만간 EU를 대상으로 공식 조사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관세 규모는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에 부과된 과징금을 전액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한 만큼 보복 조치의 강도가 상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조치가 EU에 그치지 않고 미국 기업에 과징금이나 규제를 부과한 다른 국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 무역 장벽과 디지털 규제, 세금 정책 등이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고 판단할 경우 무역법 301조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 정책이 사법부의 제동에 직면한 이후 무역법 301조를 새로운 관세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무역법 301조는 1974년 제정 이후 미국 행정부가 실제 관세 부과에 여러 차례 활용한 전례가 있어 법적 분쟁이 벌어지더라도 상대적으로 방어가 용이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무역법 301조 조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한국에서 제재를 받은 쿠팡과 관련해 미국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며 USTR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해당 투자사들은 지난 3월 청원을 철회했지만, USTR이 한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보다 폭넓게 들여다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기업에 대한 해외 규제를 무역 문제로 규정하고 관세와 연계할 경우 EU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 갈등이 한층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