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한스경제 김근현 기자 |미국 상원 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이자 우군으로 꼽혀온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공화) 상원의원이 갑작스러운 심장 질환으로 사망했다. 향년 71세.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레이엄 의원은 전날 늦은 시간 대동맥 박리로 인해 숨을 거뒀다. 대동맥 박리는 심장에서 혈액을 공급하는 주동맥 벽이 찢어지는 질환으로, 전문가들은 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이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그레이엄 의원이 쓰러지기 불과 몇 분 전에도 통화를 나눴다고 밝히며 일각에서 제기될 수 있는 타살 가능성을 단호히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아주 짧은 기간 병을 앓았던 것 같다. 심장마비였다"면서 "나의 아주 친한 친구를 잃게 되어 너무나 슬프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그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기 위해 백악관을 비롯한 연방 정부 건물에 성조기를 조기로 게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레이엄 의원의 갑작스러운 비보로 트럼프 행정부는 상원 내 강력한 구심점을 잃게 됐다. 현재 미 상원은 전체 100석 중 공화당이 53석을 차지해 아슬아슬한 과반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그레이엄 의원의 사망에 더해 미치 매코널(켄터키) 의원마저 낙상 사고와 폐렴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어, 공화당이 실제로 동원할 수 있는 표는 사실상 51표로 줄어든 상태다.
이에 따라 표결을 앞둔 주요 국방 및 국가 안보 관련 법안은 물론, 트럼프 정부가 추진 중인 국내외 주요 행정 조치와 규제 법안들의 의결 전선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미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한국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 대한 잠재적 제재 및 시장 규제 논의 등과 관련해,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상원 내 여론을 주도해 줄 핵심 리더가 사라지면서 향후 규제 추진 동력이 다소 약화되거나 정책 방향이 재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군 출신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2년 상원에 입성한 그레이엄 의원은 의회 내 대표적인 국방 강경파로 통했으며, 국제 무대에서는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왔다. 그는 사망 바로 전날에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직접 만나 러시아 제재 법안을 논의했을 만큼 왕성하게 활동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를 "자유의 진정한 수호자"라며 추모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사랑하는 친구를 잃었다"며 장례식에 직접 참석할 의사를 밝혔다.
그레이엄 의원의 빈자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임시 후임자를 임명해 우선 채우게 된다. 다만 올해 11월 중간선거가 예정되어 있고, 그의 기존 임기가 내년 1월 종료되는 만큼 전통적 공화당 텃밭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측은 선거에 나설 새로운 후보를 조만간 선출할 예정이다.
과거 2015~2016년 대선 캠페인 당시만 해도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외국인을 혐오하고 인종 갈등을 부추기는 인물"이라며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고, "그를 후보로 지명하면 당이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골프 회동을 하며 급격히 친분을 쌓았고, 최근에는 상원에서 사법부 개편을 주도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호위무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