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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합의문... 미·이란, 종전 MOU 2주 만에 호르무즈서 '보복 난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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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던 한국 선박 중 처음으로 해협을 빠져나온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 지난 10일 원유 하역을 위해 울산 앞바다에 도착했다. /연합뉴스
중동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던 한국 선박 중 처음으로 해협을 빠져나온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 지난 10일 원유 하역을 위해 울산 앞바다에 도착했다. /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김근현 기자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채 2주도 지나지 않아 호르무즈 해협에서 전면전 위기 수준의 무력 충돌을 재개했다. 후속 협상을 통해 세부 조항을 조율하기도 전에 합의문 속 '모호한 문구'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며 주도권 싸움을 벌인 것이 화근이 됐다는 분석이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발생한 양국의 연쇄 군사 충돌은 지난 17일 체결된 임시 휴전 협정문의 표현 방식에서 비롯됐다. 해당 합의문에는 이란이 60일의 유예 기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조항이 명시됐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치'와 '최선의 노력'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이란은 이 문구를 자신들이 해협 내 선박들의 항로를 직접 통제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실제로 이란은 지난 25일 싱가포르 선적 화물선인 '에버 러블리호'를 공격하기 수 시간 전, 해협을 통과하는 유일한 경로는 자국 영해뿐이라며 지정 항로를 벗어날 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선박들이 오만 해안선에 밀착해 운항하는 미국의 남쪽 대체 항로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려는 조치였다. 이란 당국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종전 이후 수로를 통과하는 선박들에 서비스 '수수료' 명목의 통행료를 부과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미국은 이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그 어떤 국가도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즉각 선을 그었다. 파리정치대학 국제연구센터의 니콜 그라예프스키 조교수는 "미국은 '무료 통항'을 영구적인 원칙으로 취급하는 반면, 이란은 60일간의 유예 기간을 단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전술적 일시정지로 해석한 것"이라며 "유연한 표현은 합의 성사에는 유용했을지 몰라도 양측이 조항에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깨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구 해석의 차이는 결국 피의 보복전으로 이어졌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25일 오만 쪽 항로를 지나던 싱가포르 화물선 '에버 러블리호'를 무인기로 타격하자, 미국은 이를 명백한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고 이란군 진지에 대한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
이에 반발한 이란은 27일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은 파나마 국적 유조선 '키쿠호'를 드론으로 추가 피격했으며, 미 해군 제5함대가 주둔한 바레인 기지와 쿠웨이트 알리 알살람 기지 등 중동 내 미군 인프라를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 공습을 단행했다. 미 중부사령부 역시 즉각 이란의 미사일·드론 저장고와 해안 레이더 기지, 방공 시스템 등 10개 군사 목표물을 겨냥해 연이틀 대규모 추가 타격을 감행하며 맞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아주 성공적으로 시작한 일을 군사적으로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이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역시 "미군의 공습은 휴전 위반이며, 위반이 계속되면 미국과의 협상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맞받아쳐, 이르면 29일로 예상됐던 후속 실무회담마저 불투명해지는 등 중동 정세는 다시 한번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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