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한스경제 김근현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후속 협상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마침내 막을 올렸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선언과 레바논 전선의 전방위적 충돌이라는 대형 악재가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 중동 평화의 향방을 가를 집중 교섭은 시작부터 극도의 긴장감 속에 휩싸였다.
AFP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미국 측 수석대표인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 스위스 엠멘 공군기지에 도착해 본격적인 외교 일정에 돌입했다. 밴스 부통령은 유럽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와 레바논 휴전 유지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것이 이번 협상의 핵심이자 가장 집중할 두 가지 사안"이라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당초 이번 회담은 지난 19일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과 자국 군인 사망 등 현지 교전 격화로 한차례 막판 연기되는 진통을 겪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회담이 오늘 하루 일정으로 빽빽하게 진행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란 국영 IRN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전에는 중재국인 파키스탄 및 카타르 대표단과의 양자 회담이 열릴 것"이며, "오후에는 이들 중재국 대표단이 배석한 가운데 이란 이슬람 공화국과 미국 대표단 간의 4자 회담이 진행된다"고 구체적인 일정을 설명했다.
이란 대표단 역시 전날 밤 스위스에 안착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을 필두로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압돌나세르 헤마티 중앙은행 총재, 하미드 보르드 석유부 차관 겸 국영석유공사(NIOC) 사장 등 정계와 금융·에너지를 아우르는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이란은 이번 협상단의 명칭을 '미나브 168(Minab 168)'로 명명하고 대표단 항공기에 해당 문구를 부착하는 행보를 보였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번 방문은 상대방의 합의 이행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의무 준수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상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전체 합의는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번 스위스 회담에는 양국뿐 아니라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 카타르 대표단 등 주요 중재국 고위 관계자들이 동참해 협상 결렬을 막기 위한 다자 중재 체계를 가동 중이다. 미국 측에서는 JD 밴스 부통령이 단장을 맡은 가운데,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이 참여해 기술 및 세부 협상을 주도한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회담 첫날 일정에는 최근 다시 격화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충돌 사태를 다루기 위한 긴급회의가 첫 번째 안건으로 추가됐다. 바가이 대변인은 공개된 영상을 통해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약속 위반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 사안이 오늘 회담의 핵심 논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중동 평화 체제 구축 외에도 실질적인 경제 경제 의제인 '동결 또는 제한된 이란 자산의 활용 문제'와 '이란산 원유 판매에 필요한 허가권 발급 관련 논의' 역시 이번 테이블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협상장 밖의 군사적·정치적 압박은 여전히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란 중앙군사사령부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휴전 위반과 미국의 계약 위반을 명분 삼아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 폐쇄를 전격 선언했다. 종전 MOU 체결 이후 정상화 흐름을 타던 해상 물류망에 다시금 초대형 악재가 던져진 셈이다. 이에 미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은 철저히 유지되고 있다"며 경계 태세를 이어가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협상 결렬 시 미국이 자체적인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며 맞불 압박에 나섰다. 레바논 현지에서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수십 명의 사망자가 추가 발생하고 있어, 이번 스위스 후속 협상이 상호 불신과 무력 충돌의 벽을 넘어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