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이란 전쟁과 관련 동맹국들에 보낸 '기여 요청'에 사실상불응한 유럽에 대한 안보·무역 보복 조치로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독일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의 일부 철수를 결정하고 유럽연합(EU)에서 생산한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유럽의 비협조적 자세가 응분의 대가로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파병을 요청했던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의 동맹국들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미국 국방부가 피트 헤그세스 장관의 지시에 따라 주독 미군 병력을 5000여명 감축할 예정이라고 연합뉴스가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주독 미군은 3만5000~3만6000명 규모다. 러시아에 맞서는 유럽의 전략적 요충지인 독일에 주둔 중인 미군을 14% 줄이는 것으로 이 같은 감축은 6개월에서 12개월 내 완료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미국은 독일에 있는 병력의 감축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며 "조만간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예고한 지 이틀 만이다. 그는 독일 외에도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이란전쟁에 비협조적이거나 비판적인 유럽 국가에 주둔한 미군의 감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유럽 주둔 미군 일부 철수뿐 아니라 관세 보복이란 무역 압박 카드도 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다음 주부터 EU산 승용차와 트럭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EU가 지난해 7월 타결한 무역협상 이전 수준(기본관세 포함 27.5%)으로 승용차·트럭 관세를 복원하겠다는 메시지나 다름 없다는 분석이다. 당시 합의는 EU가 7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군사장비 구매와 6000억달러 추가 투자를 조건으로 미국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고 자동차 등의 품목별 관세도 15%로 일괄 인하하는 내용이었다.
이번 조치의 근거는 명목상으론 EU에서 미국과 완전히 합의한 무역합의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무역에 이어 안보 분야에서도 사실상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은 최근 미국과 유럽 간 갈등 관계를 감안할 때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의 주요 유럽 회원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 요청을 거절한 것 등을 "기억하겠다"며 실망감을 드러낸 바 있다. 최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것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메르츠 총리는 "미국 전체가 이란에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츠 총리를 향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있다"며 강한 어조로 응수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유럽에 제공하고 있는 안보 우산,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관세 부과)을 무기 삼아 유럽의 동맹국들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과 EU의 다음 타깃으로 한국과 일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하되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청에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사실상 불응한 것이나 마찬가지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에서 동맹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낼 때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의 안보상 기여를 여러 차례 거론해 왔다.
한국·일본은 이란전에 드러내 놓고 비판적이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지 않은 국가' 범주에 넣은 이상 안보·무역상 보복의 사정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현재까진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일과 관련해 유럽만큼 갈등이 고조됐다는 분위기가 감지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주독 미군 철수를 처음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 "한미 간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다만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인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할 때 안심할 수 없는 만큼 외교·통상라인을 중심으로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경우 무역합의에 따른 대미 투자 이행 지연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자동차 등의 품목관세와 기타 상호관세를 25%로 복원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어 긴장을 늦추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최근 미국 측의 대북 정보공유 제한을 둘러싼 논란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및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 동일인을 법인이 아닌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 지정하는 등 양국 간 민감한 사안이 확산 양상을 보이며 한미 관계에 이상기류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한미 양국에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해외 파병에 헌법상 제약이 없어 일본 입장에선 안보적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데다 (일본은) 첫 대미 투자처를 발표하는 등 한국보다 대미 무역합의 이행 면에서도 한발 앞선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이 아닌 동맹국들 가운데 다음 타깃으로 한국을 겨냥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한국을 과도하게 압박하거나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렛대 유지' 측면에서 외교적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미국 측도 인지할 것이라는 반론도 공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