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한스경제 이나라 기자 |중동발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상승 압력이 재차 확대되며 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늦춰지는 흐름이다.
연준이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약 2.8%, 근원 PCE 물가는 약 3.0% 수준으로 여전히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물가가 하락 흐름을 보이고는 있지만, 최근 들어 둔화 속도가 정체되며 추가 하락에 대한 확신이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사록에서는 유가 상승 영향이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중동 지역 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단기 인플레이션 전망이 상향 조정됐고,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근원 물가로 전이될 가능성도 언급됐다.
물가 구조 역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관세 영향으로 상품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거비 상승률은 둔화됐지만 비주거 서비스 물가는 큰 변화 없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연준 내부에서는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확신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공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 참석자는 물가 하락 속도가 이전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물가가 목표를 웃도는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고용 지표는 금리 인하를 서두르기에는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하고 있다. 실업률은 최근 몇 달간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으며, 고용 증가 속도는 둔화됐다. 하지만 급격한 악화 신호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연준은 노동시장을 전반적으로 균형 수준에 가까운 상태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준은 현 시점에서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의사록에서는 대부분 위원이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향후 정책 경로를 판단하는 데 적절한 위치를 제공한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도 금리 인하 시점은 점차 뒤로 밀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선물시장에서는 금리 인하가 연말까지 지연되는 시나리오가 반영되고 있으며, 일부 구간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함께 반영되는 모습이 확인됐다.
주요 투자은행(IB) 전망에서도 금리 인하 시점 지연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주요 IB 가운데 유일하게 9월 이전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마칠 것으로 전망했지만, 대부분 기관은 인하 시점을 뒤로 미루는 방향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기존에 7월까지 두 차례 인하를 예상했으나 최근에는 금리 인하 종료 시점을 10월로 늦췄다. 씨티와 노무라, 웰스파고 역시 금리 인하 종료 시점을 기존 9월에서 12월로 연기했다.
금리 인하 횟수 자체는 큰 변화가 없었다. 씨티는 연내 3회 인하 전망을 유지했고, BOA와 노무라, 웰스파고는 2회 인하 전망을 유지했다.
다만 일부 기관은 인하 폭을 줄이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TD증권은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을 기존 3회에서 2회로 하향 조정했으며 금리 인하 종료 시점은 12월로 제시했다.
반면 JP모건은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미 종료됐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해 12월을 마지막 인하 시점으로 보고 올해는 금리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바클레이즈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는 연내 2회 인하 전망을 유지했고도이치뱅크는 1회 인하 전망을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은 시점과 속도의 문제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가 상승세가 완화되고 물가 둔화 흐름이 재확인될 경우 하반기 인하 가능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준은 의사록에서 "금리 경로는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으며, 향후 정책은 물가와 고용 흐름, 경제 전망과 위험 요인을 반영해 결정될 것이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