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우리뉴스) 이가은 기자 = 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실물 시장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브렌트유 현물 가격을 반영하는 데이티드 브렌트는 한때 배럴당 141.36달러를 기록하며 2008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같은 날 선물 가격 역시 상승했지만 현물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며 시장 구조의 불균형이 두드러졌다.
현물 가격 급등은 단기적인 수급 상황을 반영한다. 실제로 향후 10~30일 내 인도될 원유에 대한 수요가 반영되는 현물 시장에서 가격이 선물보다 약 30%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공급 부족이 이미 현실화됐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공급 차질 우려를 키우고 있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현물과 선물 간 괴리를 주목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투자회사 에너지 에스펙츠 설립자 암리타 센은 CNBC 인터뷰를 통해 "선물 가격은 투자자들에게 상황이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잘못된 안도감'을 주고 있다"고지적했다. 또 "금융 시장은 여러 면에서 공급 부족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 급등은 에너지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 항공유 가격은 하루 만에 18% 급등하며 최근 수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쟁 이전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상황이다. 정유·운송 등 에너지 의존 산업 전반에 비용 부담이 빠르게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향후 전망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 차질이 이어질 경우 단기적으로 유가가 120~130달러를 넘어설 수 있고, 15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공급 차질이 일정 단계 이후 협상을 통해 완화될 경우, 유가는 일정 수준을 유지한 뒤 하락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되고 있다.
현물 가격이 주도하는 이번 유가 급등은 금융시장보다 실물 시장의 긴장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공급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