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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 스토리] '31연승의 기적' 오성욱, 그를 다시 세운 아버지의 마지막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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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국제뉴스) 이정주 기자 = 부활이라는 단어만으로는 부족하다. PBA 투어 챔피언 출신으로 장기간 재활이 필요한 어깨 부상과 2부 강등이라는 칠흑 같은 터널을 지나온 오성욱이 '31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쓰며 화려하게 귀환했다. 비시즌임에도 당구 팬들이 그의 행보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가 기록한 놀라운 업적 때문만이 아니다. 그가 큐를 다시 잡아야만 했던 운명적인 서사와 시련을 견뎌낸 인간적인 스토리가 화려한 성과의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 "아들아 다시 당구 해보는 건 어때"

23-24시즌PBA 팀리그  1라운드 NH농협카드와 하나카드의 대결에서 오성욱이 김보미와 짝을 이뤄 혼합복식에 출전해 9:5로 승리한 오성욱이 샷을 하고 있다.(이날 세트스코어 4:1로 하나카드에 승리한 NH농협카드는 종합성적 7승1패를 기록하며 크라운해태를 제치고 3라운드 우승을 차지했다)/@PBA
23-24시즌PBA 팀리그 1라운드 NH농협카드와 하나카드의 대결에서 오성욱이 김보미와 짝을 이뤄 혼합복식에 출전해 9:5로 승리한 오성욱이 샷을 하고 있다.(이날 세트스코어 4:1로 하나카드에 승리한 NH농협카드는 종합성적 7승1패를 기록하며 크라운해태를 제치고 3라운드 우승을 차지했다)/@PBA
23-24시즌PBA 팀리그 3라운드 NH농협카드와 하나카드의 대결에서 오성욱이 김보미와 짝을 이뤄 혼합복식에 출전해 9:7로 승리한 오성욱이 샷을 하고 있다.(이날 세트스코어 4:0로 하나카드에 승리한 NH농협카드는 종합성적 7승1패를 기록하며 크라운해태를 제치고 1라운드 우승을 차지했다)/@PBA
23-24시즌PBA 팀리그 3라운드 NH농협카드와 하나카드의 대결에서 오성욱이 김보미와 짝을 이뤄 혼합복식에 출전해 9:7로 승리한 오성욱이 샷을 하고 있다.(이날 세트스코어 4:0로 하나카드에 승리한 NH농협카드는 종합성적 7승1패를 기록하며 크라운해태를 제치고 1라운드 우승을 차지했다)/@PBA

오성욱의 당구 인생은 아버지와의 아픈 기억, 그리고 기적 같은 화해에서 시작된다. 스무 살 무렵, 당구 유학을 가고 싶다는 아들의 꿈을 아버지는 처음으로 손찌검까지 하며 반대했다. 하지만 훗날 그 반대는 아들에 대한 미안함이 되어 아버지의 가슴에 평생 응어리로 남았다.

"당구 큐를 다시 잡게 된 결정적 계기는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요양원에 계실 때였어요. 과묵하신 분이 뜬금없이 '아들 다시 당구 해보는 건 어때?'라고 말씀을 하셔서 깜짝 놀라기도 했고, 대체 이런 말씀을 왜 하실까 생각했죠. 그런데 그 말씀을 하신 지 3일 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때 아버지의 유언이라 생각하고 가족과 상의 후 2013년부터 다시 정식 선수로 등록해 지금에 이르게 됐습니다."

스무 살 청년의 꿈을 꺾었던 아버지의 손찌검, 그리고 임종 직전 건넨 뒤늦은 사과이자 응원. 오성욱의 당구는 아버지의 미안함이 서린 '유언'이었다. 그가 큐를 겨누는 매 순간, 아마도 그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못다 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암흑 같은 터널을 지나 31연승의 기적을 이루다

2020-2021 시즌 개막전(SK렌터카 챔피언십) 우승을 하며 순탄한 프로 생활을 이어가던 그에게 갑작스럽게 닥친 시련은 가혹했다. 지난 2023-2024 시즌 도중 찾아온 어깨 인대 파열은 선수 생명을 위협했다. 진통제로 버티며 팀리그와 투어 경기를 소화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재활 기간이 길어지면서 연습을 아예 못 하니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거기에 드림투어 강등까지 겹쳤죠. 암흑 같은 긴 터널을 빠져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저는 다시 당구를 시작하면서 슬럼프도, 큰 시련도 없었는데 이번 일이 제 당구 인생에서 가장 큰 고비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저 또한 이번 시련을 겪으면서 안팎으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멘탈도 강해졌고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진 것 같습니다."

그 고통의 시간은 이번 시즌 5차 대회부터 7차 대회까지 '3연속 우승'과 최종 9차 파이널 준우승까지 이어지는 '4대회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돌아왔다. 마침내 완성된 '31연승'의 대기록. 그는 이 기적 같은 재기를 묵묵히 곁을 지켜준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의 공으로 돌렸다.

"가족들의 한결같은 믿음과 사랑으로 시련을 극복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낸 드림투어 첫 번째 우승 순간이 가장 고마웠던 것 같아요. 이런 기록을 세웠다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합니다. 사실 토너먼트 대회에서 저런 연승이 힘들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그저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임하다 보니 좋은 기록이 세워졌네요."

정상에 서 본 자에게 강등은 존재의 부정이었을 터다. 하지만 그는 그 암흑 속에서 눈을 감는 대신, 타인의 경기를 지켜보며 난구 풀이를 머릿속에 그렸다. 챔피언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훈련으로 채운 시간들이 31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금자탑을 안겨준 셈이다.

25-26시즌 PBA 드림리그 7차전 우승/@PBA
25-26시즌 PBA 드림리그 7차전 우승/@PBA
25-26시즌 PBA 드림리그 6차전 우승/@PBA
25-26시즌 PBA 드림리그 6차전 우승/@PBA
25-26시즌 PBA 드림리그 6차전 우승/@PBA
25-26시즌 PBA 드림리그 6차전 우승/@PBA

# PBA 7시즌, "공만 쳐도 생활이 가능한 시대를 만나다"

어느덧 PBA가 7시즌을 치러낸 지금, 원년 멤버인 오성욱이 느끼는 감회는 남다르다. 그는 프로당구 출범 이후 가장 큰 변화로 '생활의 안정'과 '당구의 대중화'를 꼽았다.

"PBA가 출범하면서 가장 큰 변화는 당연히 상금입니다. 모든 선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상위 랭커에 진입하면 연봉을 받으며 팀 리거가 될 수도 있으니 더 안정적으로 당구에 매진할 수 있게 된 부분도 매우 좋습니다. 당구라는 스포츠에 인생을 건 어린 친구들이 많아졌고, 젊은 강자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지금의 환경이 당구를 사랑하는 제 입장에서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오성욱은 프로 선수로서 연습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만족감과 함께 장상진 부총재에 대한 감사, 그리고 당구 인생의 최종 목표도 밝혔다.

"오직 당구만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만들어주신 장상진 부총재님께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당구는 '희로애락'입니다. 훗날 팬들에게 즐겁게 시합을 즐겼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고, 기술적으로 더 완성도 높은 당구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다시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정글로, 1부 리그를 향한 선전포고

오성욱은 이제 다시 1부 투어라는 거친 정글로 돌아간다. 경쟁자들에게는 매서운 경고도 잊지 않았다.

"자만하지 않고 다시 도전자의 자세로 돌아가 쟁쟁한 선수들과 재미있는 경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성욱, 더 강해져서 돌아왔고 더 강한 장타력을 만들었으니 모든 분 긴장해 주세요."

챔피언의 자부심이 담긴 선전포고를 옛 동료들에게 던지는 오성욱. 그의 목소리에는 시련을 통과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와 자신감이 공존하고 있었다. 당구대 위의 희로애락을 모두 겪어낸 그가 다시 1부 투어로 돌아간다. 아버지의 유언을 가슴에 품고 31연승의 기적을 딛고 선 그의 큐 끝이 이번 시즌 어떤 드라마를 써 내려갈지,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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