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뉴스) 이정주 기자 = 승부는 냉정했으나 우애는 뜨거웠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팀리그를 누비던 두 자매가 왕중왕전 결승 길목에서 만나 한 편의 드라마를 썼다. 승리의 주인공은 '얼음공주' 한지은(에스와이)이었다. 한지은은 팀 동료 이우경(에스와이)과의 혈투 끝에 생애 첫 월드챔피언십 결승 무대에 올랐다.
# "두 세트 선취... 곧바로추격" 뺏고 뺏기는 명승부
14일 오후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제주특별자치도 LPBA 월드챔피언십 2026' 준결승 첫 경기에서 한지은은 이우경을 세트스코어 4:2(11:8, 11:6, 2:11, 6:11, 11:9, 11:10)로 제압했다.
시작은 한지은이 가벼웠다. 특유의 파워풀한 공격을 앞세워 1, 2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낙승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우경의 반격은 매서웠다. 3세트부터 집중력을 회복한 이우경은 한지은을 단 2점에 묶어두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4세트까지 가져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세웠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5세트를 한지은이 11:9로 어렵게 따내며 다시 앞서갔지만,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6세트였다.
# 10:10승부처에서 갈린머리카락 하나 차이의 운명…


6세트는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7세트 타이브레이크를 노리는 이우경이 1이닝부터 4점을 몰아치는 등 3이닝 만에 8:2로 크게 앞서갔다. 한지은이 3이닝 연속 공타에 머무는 동안 승부의 추가 이우경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한지은의 뒷심은 무서웠다. 5이닝째 4점을 몰아치며 추격을 시작한 한지은은 8이닝째 10점에 도달하며 먼저 매치 포인트에 다가섰다. 절체절명의 순간, 이우경이 10이닝째 회심의 뱅크샷을 성공시키며 10:10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이우경의 공격. 수구가 코너에 붙어 수비를 고려할 수도 있는 어려운 배치였다. 그러나 이우경은 과감한 선택을 했다. 밀어치기를 이용한 되돌아오기 공격. 절묘하게 되돌아간 이우경의 수구는 제2목적구를 향해 빨려 들어가는 듯했으나, 정말 '머리카락 하나 차이'로 빗겨나갔다. 이 결과로상대에게 완벽한 뱅크샷 기회를 헌납했고, 한지은은이를 놓치지 않고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 승패보다 빛난 동료애… 뜨거운자매의 포옹
경기가 끝나자마자 한라체육관에는 뭉클한 장면이 연출됐다. 승패가 결정된 순간, 두 선수는 테이블 앞에서 서로를 뜨겁게 끌어안았다. 방금 전까지 1억 원이 걸린결승행 티켓을 놓고 벌인 처절한 사투는 온데간데없었다.
승리한 한지은은 승리의 기쁨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아쉽게 돌아선 팀 동료이자 언니 이우경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며 예우를 갖췄다. 이우경 또한 패배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네며 팀리그 자매다운 진한 동료애를 보여줬다. 현장의 관객들은 승자에게는 축하를, 패자에게는 격려를 보내며 이들의 스포츠맨십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 생애 첫 우승, 내친김에 왕중왕퀸 노린다
이로써 한지은은 생애 첫 월드챔피언십 결승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한지은은 지난 2024년 추석 투어(4차 투어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결승에서 김가영과 풀세트 접전 끝에 3:4로 패하며 눈물을 흘린 바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더욱 단단해진 멘탈과 기량을 증명한 한지은은 이제 잠시 후 결정될 김가영-김세연 승자와 15일(일) 우승 상금 1억 원을 놓고 최종전을 벌인다. 과연 '얼음공주' 한지은이 월드챔피언십이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지 전 세계 당구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