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뉴스) 이정주 기자 = 누구도 예상치 못한 '퍼펙트 데이'였다. 한국 당구의 자존심들이 세계 최강의 외인 군단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며 월드챔피언십 4강 무대를 점령했다.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제주특별자치도 PBA 월드챔피언십 2026' 8강전에서 한국 선수들이 4전 전승을 거두며 4강 대진표를 태극기로 가득 채웠다.
# '최하위 시드'의 반란, 왕중왕 챔프 들을 무너뜨리다

이날의 서막은 '꼴찌'들의 반란으로막을 열었다. 대회 출전 시드 31위 김임권과 32위 조건휘(SK렌터카)가 각각 스페인의 '왕중왕전의 사나이' 다비드 사파타와 '올타임 랭킹 1위' 다비드 마르티네스를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며 파란을일으켰다. 김임권은 사파타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에버리지 1.731을 기록하며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김임권의 집중력은 사파타의 화력을 압도했다. 김임권 3:0 사파타 (15:7, 15:13, 15:13)
동시에 열린 경기에서 조건휘 역시 마르티네스를 3:1로 제압했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 출전 커트라인을 간신히 통과한 최하위 시드임에도 불구하고, 기라성 같은 우승 후보들을 연파하며 '기적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조건휘 3:1 마르티네스 (15:11, 15:10, 13:15, 15:10)
# '인생큐' 잡은 김재근, 에버리지 3.0으로 산체스 격파

가장 놀라운 승리는 '킹스맨' 김재근(크라운해태)의 손에서 나왔다. 김재근은 올 시즌 랭킹 1위이자 '당구 전설'인 다니엘 산체스를 상대로 에버리지 3.000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3:1 완승을 거뒀다.
1세트부터 하이런 13점을 몰아치며 산체스를 압박한 김재근은 2세트에서도 에버리지 5.000을 기록하며 전설을 코너로 몰아넣었다. 김재근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새로 교체한 큐를 두고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인생큐"라고 말해왔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된 셈이다. 완벽한 경기력으로 전설을 돌려보낸 김재근은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김재근 3:1 산체스 (15:7, 15:4, 12:15, 15:5)
# '10대 천재' 김영원, 베트남 강호 응오딘나이 완파

막내 김영원(하림) 역시 베트남의 강호 응오딘나이를 3:0으로 완벽하게 제압했다. 1세트와 3세트에서 응오딘나이가 에버리지 2.0 이상의 화력으로 강력하게 저항했음에도, 김영원은 흔들림 없는 득점력(에버리지 2.045)으로 응수를 놓으며 셧아웃 승리를 완성했다. 10대답지 않은 침착함과 파괴력을 겸비한 김영원은 이제 생애 첫 월드챔피언십 결승행을 정조준한다.김영원 3:0 응오딘나이 (15:13, 15:5, 15:14)
# 한국 선수 4인방 독식… "우연 같은 첫 대결"
이로써 PBA 4강은 사상 유례가 드문 한국 선수들만의 잔치가 되었다. 앞서 확정된 LPBA 4강과 함께 남녀부 모두 한국 선수들이 4강을 독식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흥미로운 점은 준결승 대진이다. 조건휘 vs 김임권, 김영원 vs 김재근의 맞대결이 성사되었는데, 두 경기 모두 PBA 통산 상대 전적이 아직 없는 '첫 대결'이라는 점이다. 가장 높은 곳으로 가는 길목에서 처음 만난 이들의 승부는 예측 불허의 접전이 될 전망이다.
대회를 지켜본 팬들은"세계 최강의 외인들을 모두 꺾고 한국 선수들이 4강을 독식한 것은 PBA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사건이자 매우 자랑스럽다"며 "누가 우승해도 새로운 역사가 되는 이번 준결승전이 정말 기대된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