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뉴스) 이정주 기자 = 프로당구 LPBA를 휘어잡고 있는 '양강' 김가영과 스롱 피아비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나란히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그녀들이 받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LPBA 대표 차세대 듀오 '얼음공주' 한지은과 '무서운 신성' 정수빈이 대신하며 새로운 세력 등장을 알렸다.

# 한지은, '여제' 김가영 침몰시키고 A조 1위로 16강 합류
8일 밤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제주특별자치도 LPBA 월드챔피언십 2026' 조별리그 2차전 최고의 화두는 단연 A조 승자전 김가영(하나카드)과 한지은(에스와이)의 맞대결이었다. 결과는 한지은의 3:1(11:7, 3:11, 11:6, 11:8) 완승이었다.
한지은은 1세트부터 하이런 8점을 터뜨리는 등 특유의 파괴력을 앞세워 기선을 잡았다. 김가영이 2세트에서 하이런 8점으로 응수하며 11:3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으나, 한지은의 집중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3세트에서 다시 에버리지 1.571의 고감도 샷을 선보이며 11:6으로 달아난 한지은은 4세트마저 11:8로 마무리하며 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김가영은 이번 패배로 뼈아픈 징크스를 떠올리게 됐다. 김가영은 최근 정수빈에게 통산 3연패를 당하며 생각하고 싶지 않은 징크스를 만든 바 있다. 그런데 오늘, 정수빈과 함께 LPBA의 미래로 꼽히는 한지은에게까지 패하며 통산 전적 3승 3패로 균형을 허용했다. 공교롭게도 차세대 주자 두 명에게 잇따라 덜미를 잡히면서, '여제' 김가영이 신예들의 패기에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징크스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리버스 스윕의 기적' 정수빈, 베테랑 김상아 꺾고 파죽지세 16강행

최근 LPBA에서 가장 뜨거운 큐 끝을 자랑하는 정수빈(NH농협카드)은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H조 승자전에서 관록의 김상아(하림)를 만난 정수빈은 초반 1, 2세트를 7:11, 2:11로 내주며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 하지만 3세트부터 정수빈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정수빈은 3세트에서 하이런 8점을 몰아치며 11:6으로 승리, 반전의 불씨를 살렸다. 이어 4세트에서도 에버리지 1.833의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이며 11:6으로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갔다. 완전히 기세가 꺾인 김상아를 상대로 정수빈은 마지막 5세트에서 9:0 완승을 거두며 '패패승승승'의 리버스 스윕을 완성했다. 정수빈은 이번 승리로 왜 자신이 차세대 대표주자인지를 다시 한번 증명해 냈다.
# B조 패자전, '캄보디아 특급' 스롱의 몰락… 이신영에 0:3 완패 예선탈락
충격적인 소식은 B조에서도 전해졌다. LPBA 통산 랭킹 2위이자 올 시즌 3관왕에 빛나는 스롱 피아비(우리금융캐피탈)가 이신영(휴온스)과의 벼랑 끝 승부에서 세트 스코어 0:3(7:11, 6:11, 7:11)으로 완패하며 조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첫날 히가시우치에게 당한 충격적인 패배를 극복하지 못한 스롱은 이신영의 정교하고 공격적인 경기 운영에 시종일관 끌려다녔다. 이로써 랭킹 2위 스롱 피아비는 조별리그 2패를 기록하며 16강 진출 실패라는 쓰라린 성적표를 받게 됐다. 김가영이 조 2위 결정전으로 밀려나고 스롱 피아비가 탈락하면서, LPBA를 지탱하던 거대한 두 기둥이 개막 이틀 만에 뿌리째 흔들리는 대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 16강 확정 8인 윤곽… 조별리그 최종전 향한 사투 예고
8일 경기를 통해 16강 직행을 확정한 선수는 총 8명으로 좁혀졌다. A조 한지은, B조 임정숙, C조 최혜미, D조 차유람, E조 백민주, F조 김세연, G조 이우경, H조 정수빈이 그 주인공들이다. 반면 임경진, 김예은, 스롱 피아비 등 강력한 우승 후보들은 2패의 늪에 빠지며 허무하게 짐을 쌌다.
이제 조별리그는 1승 1패를 기록 중인 선수들 간의 최종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김가영, 이미래, 김민아 등 남은 강호들이 마지막 기회를 살려 16강 막차를 탈 수 있을지, 아니면 제주의 거센 풍랑에 휩쓸려 침몰할지 당구 팬들의 시선이 제주로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