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밀라노=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4위에 오른 차준환이 극심한 오른쪽 발목 통증을 안고 대회를 치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차준환은 18일(이하 한국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 연습 링크장에서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사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라며 "최근 한 달 동안 스케이트를 많이 바꾸면서 훈련했는데 발목이 눌리면서 통증이 심해졌다"고 전했다.
차준환은 "오른발 복숭아뼈 주변에 물이 차서 그걸 빼는 과정을 반복하며 이번 올림픽을 준비했다"며 "일단 올림픽까지 버티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심리 상태를 위해서 내색하고 싶지 않았다"며 "컨트롤할 범위의 통증이라고 생각했고, 이 정도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보며 경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준환은 "마치 복숭아뼈가 4개 정도 있는 느낌"이라며 "물을 빼는 치료를 많이 받다 보니 부은 상태로 굳어졌다"고 했다.
컨디션 난조는 발목에만 그치지 않았다. 차준환은 "밀라노에 입성하기 직전부터 몸살 기운이 있었고, 프리 스케이팅이 끝나자 몸에 긴장이 풀리면서 목이 아프더라"며 "경기가 다 끝나고 감기에 걸린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 쇼트 프로그램에서 92.72점, 프리 스케이팅에서 181.20점을 받아 최종 총점 273.92점으로 4위를 기록했다. 2022 베이징 대회에서 세운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최고 순위(5위)를 한 계단 끌어올렸지만, 3위 사토 순(일본·274.90점)과의 격차는 0.98점에 불과했다.
차준환은 "메달을 못 딴 것보다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펼친 경기에 비해 점수를 낮게 받은 것 같아서 아쉽다"며 "경기를 끝내고 좋은 점수를 기대했는데 그 순간 나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세 번째 올림픽을 잘 마무리한 것 같아서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림픽을 마친 차준환은 22일 갈라쇼에 출전한다. 갈라쇼 곡은 뮤지션 송소희가 부른 '낫 어 드림'(Not A Dream)이다. 차준환은 "내 피겨 생활을 관통하는 단어가 '자유로움'인데 그걸 많이 느끼게 해 준 곡"이라며 "올림픽에서 한국적인 곡을 알릴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차준환은 다음 달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여부에 대해서는 "발목 상태 등을 감안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2030 알프스 동계올림픽 도전 질문에도 "4년의 세월은 길다. 당장 알프스가 눈에 보이진 않는다"며 "세 번의 올림픽을 쉼 없이 달려왔기에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후 차분하게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이탈리아 가수 밀바의 딸 마르티나 코르냐티가 지난 15일 밀라노 코리아하우스를 찾아 차준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을 밀바가 불렀던 '미치광이를 위한 발라드'(Balada para un loco)로 바꿨다. 코르냐티는 차준환의 선택에 대해 "진심으로 감동했다"며 "넘어진 뒤 다시 일어나 연기하는 모습은 숭고했고, 연기는 우아했으며 음악과 교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차준환에게 노래가 담긴 CD 앨범과 밀바를 위해 제작된 특별 우표 세트를 선물로 건넸다.
이에 차준환은 "상상도 못 한 일이라 믿어지지 않았고 매우 감사했다"며 "그 곡을 들으며 많은 힘을 얻었다. 프리 프로그램을 정말 잘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