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밀라노=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개인 종목에서 금메달을 얻지 못한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남자 5000m 계주 결선 한 경기로 반전을 노린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의 마지막 승부처다. 20년 전 토리노에서 이 종목 정상에 오른 기억이 있는 대표팀은 이탈리아 땅에서 다시 한번 '팀 레이스'로 대회 피날레를 금메달로 장식하겠다는 각오다.
이준서(26), 임종언(19), 이정민(24), 신동민(21)이 호흡을 맞춘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6일(이하 한국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5000m 계주 준결선 2조에서 6분 52초 708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개 조 8개국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이다. 한국은 네덜란드(6분 52초 751), 캐나다(6분 54초 075), 이탈리아(6분 54초 454)와 함께 결선에서 메달을 다툰다.
대표팀의 결선행은 단순한 '진출'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 메달은 수확했지만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임종언이 1000m 동메달, 황대헌(27)이 1500m 은메달을 따냈지만 남자 500m 예선에서 나란히 탈락했다. 개인전 일정을 마친 대표팀은 이제 5000m 계주에 집중한다.

계주는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자존심이 걸린 종목이다. 한국은 1992 알베르빌 대회와 2006 토리노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이후 4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놓쳤다. 2010 밴쿠버와 2022 베이징 대회에서 은메달에 머문 아쉬움을 이번 밀라노에서 씻어내겠다는 것이 대표팀의 목표다.
준결선 내용은 결선 전략의 힌트를 보여줬다. 한국은 초반부터 무리하게 선두 싸움에 뛰어들기보다 후미에서 흐름을 읽은 후 레이스 후반 승부를 거는 운영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준서는 경기 후 "경기 전 생각했던 전술이 90% 이상 구현됐다"며 "말을 맞춰 준비한 대로 레이스가 흘러갔다"고 말했다. 이어 "빙질이 좋지 않아 초반부터 선두를 잡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힘을 아끼다 마지막에 치고 나가는 전략이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중반 추월로 판을 흔든 이정민의 존재감도 컸다. 계주 멤버 중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이정민은 준결선에서 과감한 인코스 공략과 연속 추월로 흐름을 바꿨다. 그는 "제 장점인 인코스 공략으로 자신 있게 추월했다"며 "올림픽 첫 경기여서 긴장했지만, 몇 바퀴를 돌면서 제가 해야 할 역할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마지막 주자 임종언은 개인전 500m 탈락의 아쉬움을 계주에서 털어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제 5000m 계주만 남았다. 모두가 잘 준비해 개인전보다 더 좋은 경기를 하겠다. 남자 계주 우승의 좋은 기억이 있는 이탈리아에서 형들과 호흡을 맞춰 다시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다"고 바랐다.
결국 승부 관건은 '완벽한 팀워크'다. 밀라노에서 만난 선수들이 반복해 강조한 키워드도 같았다. 한 바퀴, 한 번의 터치, 한 차례의 추월이 메달 색을 가르는 종목에서 한국은 각 주자의 역할 분담과 레이스 운영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개인전 노골드의 아쉬움을 안은 남자 대표팀이 20년 만의 계주 금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 시선이 결선 레이스로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