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밀라노=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김민선이 세 번째 올림픽의 마지막 레이스를 마친 뒤,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결과보다 더 먼저 나온 건 자책과 아쉬움이었다.
김민선은 16일(한국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 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38초 010으로 14위에 머물렀다. 10조 인코스에서 세레나 페르게리(이탈리아)와 맞붙은 김민선은 첫 100m를 10초 61(전체 21위)로 통과했다. 이후 후반 가속으로 만회를 노렸지만 메달권과 간격을 좁히기엔 출발 구간 손실이 컸다.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 앞에 선 김민선의 목소리는 시작부터 흔들렸다. 그는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시원하지 않고, 섭섭한 마음이 99%"라고 했다. 이어 "올림픽은 100% 자신감으로 준비해도 어려운 무대인데, 현실적인 생각들이 오히려 스스로를 더 힘들게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가장 아쉬운 장면을 묻는 질문에는 단호했다. "아쉽지 않은 부분이 없다"는 답이었다. 김민선은 "가장 잘 탔던 시즌을 제외하면 늘 100m가 문제였고, 올 시즌도 그 기록이 계속 괴롭혔다"며 "500m는 시작이 중요해 기록을 줄여야 전체 과정이 좋아지는데, 오늘도 시작이 아쉬워 결과에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다 아쉬웠다"는 짧은 문장에 올 시즌의 답답함이 압축됐다.
김민선은 2018 평창 대회 여자 500m 16위, 2022 베이징 대회 같은 종목 7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이었다. 앞서 10일 여자 1000m에서도 18위에 머물렀다. 다만 당시 첫 200m를 상위권 기록으로 끊으며 500m 반등 가능성을 확인했던 만큼, 주 종목 500m의 최종 성적은 더 쓰리게 남았다.
그는 여자 단거리 세계 정상을 밟았던 선수다. 2022-202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여자 500m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를 수확하며 존재감을 증명했다. 그러나 이후 랭킹 하락과 컨디션 부침, 시즌 내내 이어진 출발 불안이 겹쳤고, 올림픽 시즌 역시 기대만큼의 상승 곡선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했다.

그래도 인터뷰의 마지막은 체념이 아니었다. 김민선은 "내가 이겼던 선수들이라 더 아쉽다"면서도 "그 선수들이 어떤 준비로 기록을 줄였는지 궁금하다. 나도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감정이 북받치는 와중에도 시선은 이미 다음 훈련을 향해 있었다.
그러면서 "올 시즌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믿어주는 분들과 가족 덕분에 내려놓지 않고 올림픽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만족스러운 결과를 못 보여드려 속상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은퇴할 건 아니다"라는 말도 분명히 남겼다.
세 번째 올림픽의 끝은 눈물이었다. 그러나 김민선은 마지막에 "베이징 이후 4년은 선수 생활에서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며 "남은 4년도 감사함을 잊지 않고 더 좋은 선수로 준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