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스포츠

금기의 피겨 기술, '백플립' 부활에 쏠리는 시선

🚨 신고
수리야 보날리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 /보날리 SNS 캡처
수리야 보날리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 /보날리 SNS 캡처

|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수십 여 년 동안 피겨스케이팅에서 금기로 여겨진 기술이 있다. 공중에서 뒤로 한 바퀴를 도는 이른바 공중제비 기술 '백플립(Backflip)'이다.

백플립은 지난 1976년부터 규정 위반 기술로 묶이며 한동안 금기로 통했다. 피겨라는 종목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고 무엇보다 머리부터 떨어질 경우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따라서 설령 백플립을 시도해서 성공하더라도 2점을 감점당하는 페널티가 주어졌다.

물론 백플립은 단순 기술 차원을 넘어 저항의 역사이기도 하다. 1990년대 아프리카계 프랑스 출신 흑인 여자 싱글 선수였던 수리야 보날리(53)가 그 역사의 주인공이었다. 당시 트리플 악셀과 4회전 점프 등 기술적으로는 최고 난이도 연기를 하고도 끝내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지 못했는데 보날리는 인종차별이 그 이유라 생각했다.

1994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사토 유카(일본)에게 밀려 은메달을 땄을 때 보날리는 시상대에 오르길 거부했다. 마지못해 시상대에 올라서도 은메달을 받자마자 풀어버리며 반감을 드러냈다.

1998년에는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프로그램을 끝낸 후 기대 이하의 점수를 보고 곧바로 키스앤드크라이존을 떠나기도 했다. 당시 쇼트프로그램에서 10위에 머물러 메달권에서 멀어진 보날리는 다음 날 프리스케이팅 연기 때 공중에서 뒤로 한 바퀴 돌아 한 발로 착지하는 백플립을 했다. 그리고 대회 직후 선수 생활을 접었다. 보날리의 백플립은 빙판에서 늘 소수자로 차별과 편견에 맞서야 했던 설움과 저항의 표현이었다.

백플립은 보날리가 은퇴한 후 약 26년이 지나서야 족쇄가 풀렸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2024년 6월 총회에서 2024-2025시즌부터 백플립을 시도하는 선수에게 감점을 주지 않기로 했다. 금기 이유가 더 이상 논리적이지 않다는 게 ISU의 판단이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백플립이 부활하는 첫 올림픽이 됐다. 공식적으로 금지된 이후로 따지면 50여 년 만에 부활하는 셈이다.

백플립의 부활은 남자는 물론 여자 피겨 기술 발전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여자 피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의 계보로 고(故) 소냐 헤니(노르웨이)를 시작으로 페기 플래밍, 도로시 해밀(이상 미국), 카타리나 비트(독일), 크리스티 야마구치, 미셸 콴, 타라 리핀스키(이상 미국), 김연아 등을 꼽을 수 있다. 빙판에선 수십 년간 최고의 스타들이 고난이도 기술들을 선보여왔지만, 이들조차도 좀처럼 백플립을 시도하지 않았다.

남자 싱글의 차준환과 김현겸, 여자 싱글의 신지아와 이해인 등 '김연아 키즈'가 대거 나서는 이번 동계올림픽 피겨에서 과연 백플립을 시도하는 스타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시도만으로도 피겨계의 새 역사가 될 전망이다.

  • 👍추천0
  • 👎반대0
이전 1 2 3 4 5 6 7 8 9 10

인기 게시글

인기 뉴스

🔥 실시간 인기 TOP

한스경제

최근 등록된 게시글

1 / 3

이벤트 EVENT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