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독수리 군단'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무려 33년 만에 정규시즌 전반기 1위를 확정하며 부활을 알렸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장기 레이스를 고려해 '에이스' 코디 폰세와 류현진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키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며 '가을 야구' 그 이상을 겨냥하고 있다.
한화는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 경기서 홈런 4방을 포함한 12안타를 몰아쳐 10-1 대승을 거뒀다. 주말 3연전을 싹쓸이한 한화는 시즌 전적 49승 2무 33패(승률 0.598)를 기록, 남은 3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전반기 1위를 확정했다. 전신 빙그레 시절이던 1992년 6월 18일 이후 무려 1만2072일 만에 순위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의 상승세 중심에는 막강한 선발진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전반기에만 21승을 따낸 외국인 투수 듀오의 활약이 빛난다. 폰세는 올 시즌 18경기에서 11승 무패 평균자책점 1.95, 161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 부문 모두 리그 1위에 올라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도 넘본다. 라이언 와이스도 10승 3패 평균자책점 3.07로 든든한 2선발 역할을 해내고 있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수치도 각각 0.86, 1.02로 리그 정상급이다. 전반기에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나란히 10승을 거둔 것은 역대 3번째다. 앞서 두산이 2016년(니퍼트-보우덴), 2018년(후랭코프-린드블럼) 전반기에 10승씩을 올린 뒤 모두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1999년 정민철·송진우·구대성이 이끌었던 마운드 왕국의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한화는 그해 이후 26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 4명이 합작한 승수가 16승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올 시즌 폰세-와이스 두 명이 전반기에만 21승을 합작한 것은 분명 유의미한 변화다.
불펜진도 눈부시다.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와 슬라이더를 앞세운 김서현은 21세이브를 기록하며 리그 대표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초반 주현상의 부진 속에 급하게 마무리를 맡았지만 흔들림 없는 투구로 팀의 뒷문을 책임지고 있다. 한승혁은 데뷔 후 처음으로 8회를 맡아 안정된 제구를 앞세워 2점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조동욱과 박상원 역시 각자의 보직에서 제 몫을 다하며 불펜의 두께를 더하고 있다.
한화 타선의 집중력도 눈에 띈다. 2023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주장 채은성은 득점권 타율 0.328, OPS(출루율+장타율) 0.916으로 클러치 상황에서 강한 면모를 뽐내고 있다. 문현빈도 리그 타율 4위(0.317)에 오르며 급성장, 중심 타선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에스테반 플로리얼의 '대체 외국인' 루이스 리베라토는 타율 0.420, OPS(출루율+장타율) 1.103, 득점권 타율 0.667의 압도적 성적을 올리며 정식 계약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선수단 관리도 돋보인다. 한화는 전반기 동안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4명(안치홍, 심우준, 문동주, 류현진)에 불과해 10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 김경문 감독은 "결국 승부는 올스타 휴식기 이후 7~8월, 그리고 마지막까지 간다"며 체력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화는 오는 8일부터 2위 KIA 타이거즈와 대전 홈 3연전을 치른다. 전반기 1위는 이미 확정했지만, 후반기를 내다보면 KIA와 격차를 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올스타 휴식기 전 1위 팀의 정규시즌 우승 확률은 2015년 이후 무려 90%(10팀 중 9팀)에 이르고,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도 70%에 달한다. 33년 만에 전반기 정상을 밟은 한화가 이 흐름을 가을 야구의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많은 야구팬의 시선이 집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