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강과 낙동강 두 물줄기가 만나 하나를 이루는 땅, 경상남도 함안에서 굽이치는 강물처럼 우직하게 제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16일 오후 7시 10분 방송되는 KBS 1TV '동네 한 바퀴' 제370화에서는 '우직하게 지켜간다 경상남도 함안군' 편을 통해 거친 물길을 다스리며 기름진 흙 위에 삶의 뿌리를 내려온 함안 사람들의 찬란한 인생 여정을 소개한다.
지명 그대로 '다 함께 편안하게 사는 세상'을 품은 함안의 첫 여정은 조선 철종 8년에 세워진 누각 '악양루'에서 시작된다. 기암절벽 위에 자리한 이곳에서는 유유자적 흐르는 남강과 드넓은 악양둑방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터준다.
검암산 아래 자리한 동지산마을에서는 86세 노모 조순제 씨와 10년 전 고향으로 돌아온 막내딸 이태정 씨가 빚어내는 구수한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젊은 나이에 사별 후 홀로 6남매를 키워낸 어머니의 곁을 지키기 위해 딸이 함께 담그기 시작한 것은 경상도식 콩된장이다. 콩알의 식감을 그대로 살려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배어나는 된장처럼, 모녀의 산골 생활도 시간이 갈수록 깊이를 더해간다.
철의 산지로 유명한 낙동강 유역의 아라가야 문화를 잇는 장인도 만난다. 칠원읍에서 2대째 대장간 불을 지피는 김정식 씨는 아버지가 남겨준 접쇠 기술을 통해 수백 번 두드리고 접는 과정을 거쳐 고유의 물결무늬가 살아있는 접쇠칼을 만든다. 뛰어난 탄력성과 절삭력으로 미국 수출길까지 오른 장인의 칼에는 아버지가 걸어온 시간과 기술이 고스란히 벼려져 있다.
함안의 명물인 수박을 활용한 특별한 먹거리도 눈길을 끈다. 200년 넘는 수박 재배 역사를 지닌 고향으로 돌아와 조부모의 전통 발효법을 접목한 이순철 씨는 딸과 함께 연구한 끝에 수박빵을 완성해 부녀의 따뜻한 정성을 나누고 있다.

또한 1500년 전 아라가야의 전성기를 보여주는 유적인 말이산고분군을 찾는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노력으로 202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곳에서 무덤을 지켜온 주민지킴이들의 자부심 넘치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군북면 남강가에서는 40년 넘게 민물고기를 잡아 온 어부 서현목 씨와 그의 아들 친구였던 며느리가 대를 이어 차려내는 담백하고 쫄깃한 메기불고기 한 상을 맛본다. 같은 군북면 거리에는 의료 소외지역을 외면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반세기 가까이 청진기를 놓지 않은 구순의 구자운 의사가 있다. 어린 시절 병환으로 위독했던 아버지를 위해 왕진 의사를 찾아 헤맸던 기억을 가슴에 품고 시골 의원을 지켜온 노의사는 이제 서울에서 의대 교수를 준비하던 막내아들까지 불러 대를 이어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돌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밝히는 400년 역사의 함안 낙화놀이 준비 현장을 찾는다. 참나무 숯가루를 빻아 광목 심지와 한지로 감싸 만든 4,000여 개의 낙화봉마다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주민들의 땀방울이 서려 있다.
화려하게 타오르는 불꽃 이면에서 묵묵히 제 자리를 지탱하는 검은 숯을 닮은 함안 사람들의 이야기는 오늘 저녁 방송을 통해 안방극장에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