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요청을 거부하고, 기존 대법관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물 중 다른 사람으로 재제청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헌법상 보장된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이자 삼권분립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우리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입법·사법·행정부가 공동으로 관여하게 한 것은 법치주의와 인권 보호의 최후 보루인 대법원의 무게감 때문이다. 제청권, 동의권, 임명권은 서로 상하 관계가 없는 독자적 권능이다.
과거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에 협의해 합의된 인물을 제청하는 관행이 있었으나, 이는 헌법이나 법률에 근거한 의무가 아니다. 노태악 대법관 후임 인선을 두고 양측의 의사 타진이 있었고, 대법원장이 대통령이 선호하는 특정 후보(배우자의 헌법재판관 재직 등)에 대해 난색을 표명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뿐이다. 따라서 합의 불발 상태에서 대법원장이 서면 제청을 단행한 것은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정당한 절차 진행이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거부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학계의 이견은 존재한다. 그러나 제청된 후보에게 중대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국회의 동의 절차를 밟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손봉기 후보자는 대법관 후보로 5회, 헌법재판관 후보로 2회나 추천될 만큼 이미 그 인품과 능력을 깊이 검증받은 인물이다. 합리적 이유 없이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사실상 강요하며 제청을 거부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권한을 형해화하는 처사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추천위의 후보군 내에서 다시 제청하라는 청와대의 요구다. 법원조직법상 대법관을 제청할 때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 법률이 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기존 명단에서 다른 인물을 고르라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흔들림 없이 신속하게 새로운 대법관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 제청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것만이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하고 진정한 법치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아울러 대통령과 민주당은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 무리한 국정 폭주를 멈추고 궤도를 수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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