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우리뉴스) 이가은 기자 =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쿠팡이 역대 최대 규모인 6246억8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으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1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쿠팡의 안전관리 체계 부실로 지난해 375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판단했으며, 온라인 활동 기록 수집·보관 과정의 위법성 등도 추가로 적발했다. 쿠팡은 이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사안은 행정소송 국면으로 넘어가게 됐다.
1년 영업이익 맞먹는 과징금…쿠팡 "법원서 다툴 것"
이번 과징금은 국내 개인정보 보호 역사상 최대 규모다. 개인정보위가 부과한 6246억8100만원은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의 지난해 영업이익 4억7300만달러(약 6790억원)에 육박한다.
개인정보위는 쿠팡이 내부 시스템 접속에 사용되는 인증 서명키를 부실하게 관리해 퇴직 직원의 접근을 차단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375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고객 개인정보 유출 통지·파기 의무 위반,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 독립성 보장 의무 위반, 조사 방해 행위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공식 입장을 통해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해 고객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정보위 결정에 대해서는 "사법적 검토의 대상"이라며 서울행정법원에서 적극적으로 구제를 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과징금 약 4억1000만달러를 2026년 2분기 운영비 및 일반관리비 항목으로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자·고용 계획 변수…업계도 긴장
과징금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쿠팡의 투자 계획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쿠팡은 내년까지 '전 국민 로켓배송'을 목표로 부산과 충북 제천 등 전국 각지에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약 9만명 규모의 고용 확대 계획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대규모 현금 유출이 현실화될 경우 투자 속도와 고용 계획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쿠팡은 올해 1분기 정보 유출 대응 비용과 1조원 규모 구매이용권 보상 지급 등의 영향으로 354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6200억원대 과징금까지 반영될 경우 단기 실적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안은 쿠팡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올해 9월부터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면 전체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대규모 고객 정보를 보유한 이커머스·플랫폼 기업들은 개인정보 관리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법정 공방 넘어 외교 이슈로 번지나
이번 사건은 법률적 쟁점을 넘어 한·미 관계 차원의 변수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올해 2월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차별 의혹을 조사한다며 쿠팡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공화당연구위원회(RSC) 소속 하원의원 54명도 공개서한을 통해 "차별적 규제 조치"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달 미셸 스틸 박 주한미국대사 후보자 인준 청문회에서도 쿠팡 사례가 언급됐으며,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쿠팡 문제가 한·미 간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번 과징금 처분이 법률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결정이라는 점을 미국 측에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이 행정소송에 나서면서 개인정보위의 과징금 산정 방식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법적 판단이 향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넘어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책임, 징벌적 과징금 제도의 실효성, 글로벌 기업 규제의 형평성 문제를 동시에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쿠팡이 법정 공방 속에서도 고객 신뢰 회복과 성장 전략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