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우리뉴스) 이가은 기자 = 고물가와 소비 침체 속에서도 이마트가 14년 만에 1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할인점 업황 둔화와 온라인 유통 공세 속에서 수년간 부진을 겪었던 이마트가 올해 들어 반등 흐름을 만들면서 유통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 13일 이마트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7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2012년 이후 14년 만의 1분기 최대 실적이다. 연결 기준 순매출은 7조1234억원이었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1463억원으로 9.7% 증가하며 2018년 이후 1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패러다임 전환'과 현장 중심 경영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안 '위기론'이 제기됐던 이마트가 본업 경쟁력 회복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간·가격·상품 혁신…"오프라인 본질 강화"
이마트는 이번 실적 개선 배경으로 가격·상품·공간 혁신 중심 전략을 꼽았다. 특히 리뉴얼 점포 성과가 두드러졌다. 스타필드 마켓으로 바뀐 일산점 매출은 전년 대비 75.1% 증가했고 방문객 수는 104.3% 급증했다. 동탄점과 경산점 매출도 각각 12.1%, 18.5% 늘었다.
리뉴얼 점포에서는 체류 시간 증가도 확인됐다. 3개 리뉴얼 점포의 3시간 이상 장기 체류 고객 비중은 87.1% 증가했다. 단순 구매 공간을 넘어 체험형 공간으로 바꾸는 전략이 일정 부분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현장에서 "오프라인의 본질은 고객이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실제 그는 올해 1분기에만 스타필드 마켓 죽전, 트레이더스 구월 등 주요 사업장을 네 차례 직접 방문하며 현장 경영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레이더스 성장세도 이어졌다. 1분기 총매출은 1조601억원으로 전년 대비 9.7% 증가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78억원으로 12.4% 늘었다. PB 브랜드 'T스탠다드' 매출은 40%, 'T카페' 매출은 24% 증가했다.
G마켓·호텔도 회복…"수익성 선순환 구조" 시험대
주요 자회사 실적 개선도 눈에 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투숙률 상승과 객단가 개선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6.7% 증가한 39억원을 기록했다. SCK컴퍼니 매출은 8179억원으로 7.3% 증가했다.
G마켓 역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G마켓의 3월 거래액(GMV)은 전년 대비 12%, 평균 객단가는 10% 증가했다. 4월에도 각각 10%, 12% 늘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정 회장이 주도한 알리익스프레스와의 합작법인(JV) 설립 이후 공격적인 가격 투자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단기 수익성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거래액 확대와 시장 점유율 회복에 무게를 두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통합 매입을 통한 원가 절감과 가격 경쟁력 강화, 이를 다시 고객 혜택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등 신호인가, 일시 효과인가
다만 시장에서는 이마트의 실적 반등이 구조적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소비 둔화와 온라인 중심 소비 패턴 변화가 여전히 변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오프라인 점포 경쟁력 강화와 함께 AI 데이터센터 등 미래 사업 투자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용진 회장이 직접 현장을 누비며 주문한 고객 중심 공간 혁신과 상품 경쟁력 강화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를 그룹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두고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가격 경쟁과 온라인 전환 압박 속에서도 오프라인 유통의 존재 가치를 다시 입증할 수 있을지, 이마트의 실험이 업계 전반의 방향성을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