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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1주년 특별기획-보건바이오]② 약값 깎다 원료 끊길라…의약품 안보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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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은 '공공성 강화'라는 목표 아래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제네릭 의약품 약가 인하 등은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하기 위한 대표적인 정책들이다. 그러나 정책의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의료 인력 수급 불균형, 의약품 공급망 취약성 등 새로운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건의료는 단순한 시장 논리만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분야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영역인 만큼 정책의 공공성과 함께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 산업 생태계의 안정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쟁점과 현장의 목소리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 정책이 필수의약품의 공급 중단과 원료 의약품의 해외 의존도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픽사베이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 정책이 필수의약품의 공급 중단과 원료 의약품의 해외 의존도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픽사베이

| 서울=한스경제 김동주 기자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 정책이 필수의약품의 공급 중단과 원료 의약품의 해외 의존도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값싼 약' 공급에 치중한 정책이 역설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무너지는 원료 자급률…제네릭 약가 인하 압박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30%대를 유지하던 우리나라의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률(self-sufficiency ratio)은 지난 2022년 11.9%로 급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현재는 10%를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과 인도산 원료의 점유율이 80%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 추진은 국내 기업들의 원료 자체 생산 의지를 더욱 꺾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약 40%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두고 제약 업계와 갈등을 겪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성분·함량·효능·용법을 갖도록 만든 복제약으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해 원래 약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환자는 동일한 치료 효과를 더 낮은 가격으로 얻을 수 있으며 국가 입장에서도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는 수단이 된다.

정부는 현행 제네릭의 오리지널 대비 53.55% 약가가 다소 높다고 보고 있다. 또 제약사들의 혁신신약 개발 의지 독려를 위해서라도 약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제네릭 약가가 낮아지면 국내 제약사들은 생산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더 저렴한 해외 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국제 정세 변화나 원료 생산국의 규제 강화 등 외부 변수에 의한 공급망 단절 시 국가적 의료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보건 안보의 치명적인 취약점을 노출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의약품을 단순한 경제재가 아닌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공공재이자 안보 자산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나친 약가 압박으로 인해 국내 생산 기반이 완전히 붕괴될 경우, 향후 해외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는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긴급 수입을 추진하거나 대체 약물을 수급해야 하는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 약가 절감의 역설…흔들리는 의약품 주권

실제로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일부 국가들이 자국 내 의약품과 원료 수출을 제한하면서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이 크게 흔들린 바 있다. 당시 해열진통제와 항생제 등 필수의약품의 원료 수급이 지연되면서 국내에서도 생산 차질 우려가 제기됐다. 이러한 경험은 의약품 공급망을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닌 국가 보건안보 차원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결국 재정 절감을 목표로 한 정책이 오히려 의약품 주권 상실이라는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필수의약품의 자국 내 생산 유도를 위해 약가 가산 제도를 강화하고 자국산 원료 사용 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흐름과는 정반대되는 행보다.

업계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관리와 의약품 공급망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인 약가 절감 효과에 집중하기보다 필수의약품과 원료의약품의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인 산업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필수의약품의 국내 생산 기반이 무너지면 결국 더 높은 비용을 들여 해외에서 다시 들여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약가 정책을 재정 절감의 관점뿐 아니라 보건안보와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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