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 한창기 기자] 부산 수영구(구청장 강성태)가 행정 편의주의와 구시대적 업무 관행으로 인해 법원이 확정한 과태료조차 징수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행정 난맥상을 드러냈다. 전자소송 시스템이 보편화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우편 통보 방식에 의존하다 필수 세입을 누락한 사실이 부산시 감사 결과 확인됐다.

법원 판결문 받고도 '방치'… 행정 시스템 마비
부산시 감사위원회가 지난 6월 말부터 실시한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수영구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과태료 비송사건 처리 과정에서 총 9건, 913만 원 상당의 세입을 누락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행정 사각지대'의 방치다. 수영구는 해당 기간 접수된 과태료 이의신청 85건 중 33건을 '법원 결과 미통보'로 분류해 관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감사위원회의 추적 결과, 이 중 8건은 이미 법원이 결과를 통보했음에도 수영구 내부에서 인지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에서 발송한 집행 위탁 공문이 구청 문서과에 접수됐으나 담당 부서로 이관되지 않아 절차가 중단되거나, 담당자가 문서를 수령하고도 부과 조치를 누락한 사례가 다수였다. 이로 인해 법적 효력이 발생한 과태료 채권이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했다.
전자소송 외면이 부른 '구조적 참사'
감사위원회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전자소송 미도입'으로 지목했다. 현행법상 과태료 비송사건은 전자소송을 통해 진행 상황과 판결문, 집행 위탁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수영구는 전자소송 권한 부여는커녕 담당자 교육이나 내부 절차 마련을 단 한 차례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 같은 '아날로그 행정' 탓에 우편물 하나만 누락돼도 사건의 진행 경과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구조적 취약성이 고착화됐다. 실제로 결과 통보가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25건의 경우, 법원 접수 여부부터 심리 진행 상황까지 전 과정이 '블라인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위원회는 해당 사안을 두고 "기본적인 세입 확보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규정하며, 행정 관리 전반의 허점을 지적했다. 감사위는 누락된 9건에 대해 즉각적인 추징 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동일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전자소송 체계 구축을 시정·권고 사항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수영구는 감사 결과에 대해 별도의 이견을 제기하지 않고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영구 측은 지적 사항에 따른 후속 조치를 신속히 이행하고, 제도 개선을 통해 행정 관리의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행정 신뢰 훼손… 시민 부담으로 전가"
법조계와 시민사회는 단순한 업무 과실을 넘어선 '시스템 붕괴'라고 입을 모았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과태료 부과 중단은 법률상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특히 비송사건은 시효가 존재하는 만큼 시스템 부재는 곧 세입 소멸로 직결된다"고 경고했다.
최상기 부산바로세우기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전자소송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이를 외면한 것은 명백한 '시대착오적 행정'"이라며 "통보 문서 누락으로 인한 세입 소멸은 단순 실수가 아닌 구조적 관리 실패이며, 그 피해는 결국 시민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이번 부산시 종합감사에서 수영구는 ▲인사 ▲세입 ▲공사 등 구정 전반에 걸쳐 총 23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적발됐으며, 2억 8500만 원의 재정상 조치와 공무원 66명에 대한 신분상 조치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