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한 달 동안 힘을 쓰지 못하는 사이, 시장의 관심이 예상 밖의 IT 부품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상승세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자, 그동안 저평가됐다는 평가를 받아온 전기·전자 업종 내 중대형 종목들이 매수세를 흡수하며 오히려 강한 상승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전기전자 업종 지수는 지난달 초 대비 4%대 약세를 기록했다. 지수 하락 배경에는 업종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부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약 2% 내린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했고, SK하이닉스는 투자경고종목 지정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부담이 겹치며 7% 이상 떨어졌다. 글로벌 IT 투자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된 데다, AI 관련 고점 논란이 재부각된 점도 대형 반도체주 약세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대형주 차익실현 이어지고, 수급 부담적은 종목으로 이동해?

그러나 시장 전체 분위기가 침체된 것과 달리, IT 부품주는 오히려 뚜렷한 반사이익을 누렸다. LG이노텍은 최근 한 달 새 20% 넘게 급등하며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삼성전기 역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전기·전자 업종 내에서 대형 반도체주의 빈자리를 채웠다.
전문가들은 "대형주 중심의 차익실현이 이어진 상황에서 수급이 자연스럽게 부담이 적은 종목으로 이동했다"며 "특히 AI 인프라 확대가 중장기적으로 실적 개선을 이끌 종목들에 매수세가 들어왔다"고 분석한다.
증권가에서도 이 같은 흐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전기의 경우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와 패키징기판 사업부가 AI 시장 성장의 직접적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삼성전기의 목표주가를 30만 원대 중반으로 상향 조정하며 업종 내 '최선호주' 평가를 유지했다. LG이노텍 역시 기존에는 영업이익 기여도가 낮았던 기판소재 부문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목표주가가 잇따라 상향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이번 흐름을 'IT 업종 내 순환매'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대형주가 조정을 받을 때 성장성이 있는 중대형 IT 부품주로 수급이 이동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반도체 업종의 펀더멘털 자체가 흔들린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투자 부담이 완화되면 다시 대형주로 회귀하는 흐름 또한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AI 인프라 확장은 단기 변동성과 무관하게 IT 업종 전반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업종 내에서 종목별 수급 차별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