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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금했습니다의 심리학.. 통제 욕구가 부른 노쇼 사기(No-show)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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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탐사일보 정병호 기자
▲이미지 출처=탐사일보 정병호 기자

[탐사일보=정병호 기자] 최근 경찰이 캄보디아 현지에 거점을 두고 군인과 정당 관계자 등을 사칭하여 '노쇼(No-show) 사기'와 대리구매 사기를 벌인 조직을 검거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수사를 이어온 경찰은 국정원 등 관계기관과 공조, 지난 3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지역 콜센터를 중심으로 활동한 해외 조직원과 국내 연계 인원 등 총 114명을 범죄 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검거했으며, 이 중 1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급히 물품을 구매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이나 정당 명의를 사칭, 허위 송금 이미지를 전송해 피해자에게 재료비·인건비 등 비용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왔다.

이 사건은 '노쇼 사기(No-show)'가 단순한 예약 부도를 벗어나 해외 거점형 조직범죄로 진화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7월 사이 전국에서 접수된 '노쇼 사기(No-show)'피해는 2천8백92건, 피해액은 414억 원으로 집계됐다.?

검거율은 0.7%에 불과했다.?

피해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577건·79억 원)로, 이어 경북(284건·38억 원), 서울(281건·33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 대부분은 음식점, 숙박업소, 행사대행업 등 예약 기반 자영업 종사자에게 집중됐다.

거래를 놓칠까 두려워 입금 확인 전 준비에 들어가는 구조적 취약성이 범죄의 표적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노쇼 사기(No-show)'를 범죄심리학적 동기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첫째는 '경제이익형'으로, 직접적인 금전 획득이나 비용 전가를 목적으로 한다.?

허위 송금 캡처나 가짜 주문서를 통해 피해자가 선비용을 발생시키도록 유도하는 전형적인 사기형태다.

둘째는 '보복형'으로, 이전 거래에서 불만을 느끼거나 경쟁 업체를 방해하기 위한 감정적 동기에서 비롯된다.?

특정 업소나 행사대행사를 상대로 "한번 당해봐라"는 심리로 예약을 걸어놓고 나타나지 않는다.

셋째는 '악의형(쾌락형)'으로, 명확한 이익이나 감정보다 '타인을 조종한다는 통제감' 자체에서 쾌락을 얻는 유형이다.?

단 한 번의 메시지나 캡처로 상대방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일시적인 우월감과 만족을 느낀다.

세 유형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경제이익형'이다.

예약 기반 업종의 구조상 '선신뢰 후확인'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가 입금을 확인하기 전에도 피해자가 먼저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위조 송금 이미지 제작이 쉬워지고 검거율이 낮다는 점까지 겹치면서 범죄자에게 적은 위험으로 확실한 금전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심리학자들은 이 범행들이 공통적으로 '즉각적 만족'과 '통제욕'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범죄자는 단 한 장의 위조 송금 이미지를 보내 상대가 즉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상황을 지배한다고 느낀다.

그 쾌감은 짧지만 강하고, 반복될수록 '습관화된 조종 욕구'로 변하며 재범으로 이어진다.

특히 비대면 거래 환경과 낮은 검거율은 이 심리를 자극,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결국 '노쇼 사기(No-show)'는 경제적 이득, 보복심, 심리적 쾌감이 복합적으로 얽힌 관계 조작형 범죄(relational fraud)로 진화하고 있다.

예방책은 단순하지만 확실하다.

송금 캡처나 결제 인증 이미지는 증거가 아니다.?

은행 앱에서 실제 입금 내역을 직접 확인한 뒤 예약을 확정하고, 가능하면 플랫폼 결제 시스템을 활용해 결제 절차를 플랫폼이 보증하도록 해야 한다.

예약금 제도와 위약금 조항을 명문화하고, 의심스러운 주문이나 긴급성을 내세운 거래는 반드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공기관이나 정당 명의로 접근하는 거래는 해당 기관에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노쇼 사기(No-show)'는 이제 단순한 비매너가 아니라 조직화된 경제범죄이자 심리 조종형 범죄다.

캄보디아 현지 거점에서 시작된 범죄가 국내 자영업자와 플랫폼 이용자까지 노린다는 사실은, 이 사기가 이미 개인 간 신뢰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 신뢰 체계 자체를 흔드는 범죄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입금했습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시작된 이 범죄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심리다.

신뢰를 악용하는 범죄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믿고 기대던 '신뢰의 전체'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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