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우리뉴스) 김민재 기자 =국내 청년들을 중심으로 '월 1,000만원 보장'이라는 고수익 해외 취업 광고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현지에 도착한 청년들을 기다리는 것은 호화 숙소나 IT 업무가 아니라, 감금·폭행과 보이스피싱 조직의 강제 동원이라는 참혹한 현실이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감금된 한국인 청년 두 명이 극적으로 구조됐고, 또 한 대학생은 고문 끝에 숨진 채 발견되면서 국민적 충격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여러 차례 주의를 당부했지만, '고수익 미끼형 납치'는 멈추지 않고 있다.
확산되는 '해외취업 사기'…목숨 위협받은 한국인들
11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한 호텔에 감금됐던 A씨와 B씨는 "IT 관련 업무에 월 800만원~1,500만원 보장"이라는 온라인 구인 글을 보고 출국했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이들은 보이스피싱을 강요받았고, 이를 거부하자 "하지 않으면 매일같이 고문당할 것"이라는 위협과 함께 전기 충격기, 쇠파이프로 구타를 당했다. A씨는 "한 번 더 신고하면 파묻어 버리겠다", "소각장에서 태우겠다"는 협박을 반복적으로 들었다고 증언했다.
구조 요청은 극한 상황 속에서 이뤄졌다. B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외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현지 경찰이 범죄단지를 급습하면서 160여일간의 감금이 끝났다. 그러나 A씨는 "옆방에도 한국인이 3명 있었다"며 여전히 구조되지 못한 이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찬대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나 감금 피해로 공관에 신고된 사례는 330건에 달한다. 지난해 17건이었던 피해는 14배 이상 폭증했다.
사망까지 번진 비극…'본인 직접 신고'의 벽
지난 8월,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 A(22)씨는 캄보디아 깜폿주 보코르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출국했지만, 가족은 일주일 뒤 "A씨가 사고를 쳤으니 해결하라"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 A씨는 고문과 극심한 통증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현지 경찰은 밝혔다.
문제는 캄보디아 당국이 '본인 직접 신고' 없이는 경찰 출동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구조를 요청하려면 △현 위치 △건물 사진 △여권 사본 △본인 영상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감금 상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절차다. 외교부는 "감금된 상태에서 요구 정보를 모두 제공하기 어렵다"며 신고 절차 간소화를 캄보디아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들은 구조 후에도 "영사조력을 거부하고 다시 스캠센터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자발적 가담자의 존재는 향후 국내 보이스피싱 가해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또 다른 경고를 낳고 있다.
재외공관 역량 한계…'골든타임' 확보 가능한가
폭증하는 해외 납치·감금 사건에 비해 재외공관의 인력과 대응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 현장에서는 "현지 경찰에 연락하고도 출동하지 않는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한국과의 공식 공조 채널조차 구축되지 않았다. 캄보디아는 아직 코리안데스크나 상주 수사협력관이 없는 국가다.
이에 박찬대 의원은 영사조력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사전 모니터링과 적극 대응을 통해 우리 국민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프놈펜 등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고, 항공료 선지급·고임금 제시 등 '좋은 조건' 제안을 받으면 우선 의심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여전히 한국인들이 사라지고 있다. "저희는 운이 좋아 구조된 것"이라는 생존자의 증언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미끼 광고를 보고 캄보디아로 향하는 청년들이 있다. 구조된 1명 뒤에는 신고조차 못한 10명이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한 해외 사기 사건을 넘어, 청년 절망을 파고드는 조직적 인신매매 범죄로 진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경고보다 현실의 유혹이 더 강한 한,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