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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ESS 보안장벽, 배터리업계 새 시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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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직원이 배터리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직원이 배터리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국내 배터리업계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으로 생산축을 옮기는 가운데 미국 전력망 보안 규제가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산 공급망을 밀어낼 수 있는 기회지만 한편으론 규제 범위가 배터리 셀에서 전력변환장치와 제어 소프트웨어까지 넓어질 수 있다. 이로써 일각에서는 현지 셀 생산능력만으로 수혜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배터리업계, 美 새 행정규제 '촉각'…전력시스템 전반 파급

배터리업계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등에 따르면 올해 1~7월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4% 증가하는 데 그쳤고 삼성SDI와 SK온은 각각 29%, 10% 감소했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각형 배터리 비중이 2020년 49%에서 올해 1~7월 82%까지 높아진 반면 파우치형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9% 줄었다. 전기차용 파우치형 비중이 높은 국내 업체들이 대안으로 ESS를 택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대규모 전력계통 보호를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가안보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판단되는 외국산 전력설비 취득과 수입, 이전, 설치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69kV 이상 송전망과 연결된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를 비롯, 계통연계형 인버터와 산업제어시스템, 관련 소프트웨어·펌웨어·원격접속 기능까지 심사 대상에 올랐다. 지역 배전망은 대상에서 빠진다. 미 에너지부는 명령일로부터 120일 안에 필요한 시행 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ESS 경쟁 무대가가 셀을 넘어 전체 전력 시스템으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ESS는 셀·모듈·랙·컨테이너로 구성된 저장부 외에도 직류를 교류로 바꾸는 PCS와 인버터, 충·방전을 지시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원격 모니터링 장비가 맞물려 작동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셀과 BMS에 강점이 있지만 전력변환과 계통 접속, 상위 제어·운영은 시스템통합(SI) 업체 영역이다. 사이버보안이 규제 목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초기에는 셀보다 원격제어 장비나 소프트웨어가 먼저 영향 받을 가능성도 있다.

북미 시장 수요는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북미 ESS 배터리 출하량은 76GWh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합산 출하량도 약 6GWh에서 15GWh로 늘었다.

당장 국내 기업들이 중국산 점유율을 가져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상반기 북미 ESS 출하량에서 중국 업체 합산 점유율은 75.6%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82.1%)보다 6.5%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압도적이다. 한국 업체 점유율은 같은 기간 13.3%에서 19.8%로 올랐다.

중국산 비(非)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미국 무역법 301조 관세가 올해부터 7.5%에서 25%로 인상되고 금지외국기업(PFE) 규제가 시행됐는데도 변화가 더딘 모습이다. 이는 규제 시행 전 착공 요건을 맞춘 프로젝트 및 선주문 물량이 상당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체 예상 사업비 중 일정 비율을 미리 지출하거나 지난해 중 유의미한 공사를 시작한 사업은 세이프하버(이후 세액공제 혜택을 위해 프로젝트 착공 요건을 미리 확보하는 제도)를 적용받는다. ESS 프로젝트가 계획에서 가동까지 통상 2~3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선주문 물량 영향은 2028년 이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 K배터리, 美 중심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 '박차'

국내 업체들은 북미 생산 기반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말까지 글로벌 ESS 생산능력을 60GWh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 중 50GWh를 북미에 둘 계획이다.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바꾸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도 GM이 보유한 미국 인디애나주 합작공장 지분 49.99%를 인수, 북미 첫 단독 생산거점을 확보해 ESS 배터리를 우선 생산키로 했다. 낮은 전기차 공장 가동률을 보완하며 비(非)PFE 현지 물량을 공급할 기반을 갖추는 셈이다.

남은 문제는 이른바 '완성형 ESS' 공급망 구축이 꼽힌다. 미국 세부 규제가 컨테이너와 셀까지 포함할 경우 국내 업체 현지 생산능력이 직접적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대로 PCS·인버터·EMS와 원격운영 체계에 초점이 맞춰지면 미국·유럽계 SI와 전력기기 업체가 수혜를 볼 수 있다. 또 중국산 대체에 따른 조달비 상승이 주요 프로젝트 착공을 늦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K배터리가 북미 ESS 시장을 새 성장 축으로 삼기 위해서는 공장 증설보다 미 에너지부 세부 규정, 중국산 선(先)주문 소진 시점, 시스템 공급망 확보 여부 등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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