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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판단, 로봇은 행동···코인은 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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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신해 물건을 사고 데이터를 구입하는 '에이전트 결제'가 확산하면서 로봇이 스스로 비용을 지불하는 '기계 결제' 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상용화의 중심은 AI 에이전트지만, 자율형 로봇이 공장과 물류 현장에 대거 배치되면 연산·데이터·소프트웨어 이용료 등을 기계가 직접 결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소액·고빈도 결제가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이 지급수단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강정수 블루닷AI 연구센터장은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로봇이 서비스 형태로 수백·수천대씩 운용되는 단계에서는 사람의 카드를 로봇마다 나눠주는 기존 운영 방식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센터장은 "로봇에 필요한 결제수단을 다수의 기계에 결제 권한을 위임할 수 있는 디지털 지급수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봇과 AI가 스스로 외부 서비스를 이용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단계로 진입하면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수단 가운데 하나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AI 에이전트가 사람의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제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코인베이스가 개발한 'x402'와 구글의 에이전트 결제 프로토콜(AP2), 카드사들의 에이전트 결제망이 대표적이다.

▲ AI가 API 사고 데이터 산다···기계 결제 이미 현실로

기계가 직접 돈을 쓰는 구조는 이미 AI 영역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x402는 웹에서 사용되는 HTTP '402 Payment Required' 코드를 결제 기능으로 구현한 프로토콜이다. AI 에이전트가 유료 API·데이터·연산 서비스를 호출하면 별도의 회원 가입이나 카드 입력 없이 프로그램 안에서 비용을 지불하도록 설계됐다. 코인베이스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소액 결제를 자동 처리할 수 있도록 x402를 구축했다.

결제 규모는 아직 소규모지만 거래 건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x402에서 약 7500만건의 결제가 이뤄졌고 거래액은 약 2400만달러로 집계됐다. 건당 평균 결제액은 약 0.32달러다. 데이터 조회나 API 호출처럼 거래 한 건의 가격이 낮고 결제가 반복되는 '마이크로페이먼트'가 중심이라는 의미다.

결제 표준 경쟁에는 기존 금융회사도 뛰어들었다. 리눅스재단은 지난 7월 x402재단을 공식 출범시키고 △비자 △마스터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구글 △스트라이프 △서클 △코인베이스 등 40개사를 참여사로 끌어들였다. x402 역시 스테이블코인에 한정하지 않고 카드 등 다양한 지급수단을 연결하는 개방형 표준을 지향하고 있다.

구글도 사람이 매번 승인하지 않아도 사전에 정한 범위 안에서 AI가 결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AP2 최신 규격에는 이용자가 미리 권한을 부여하면 AI 에이전트가 사람이 접속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거래를 진행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됐다. 기존 결제망과 블록체인 기반 결제망이 동시에 'AI의 지갑'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다.

▲ 유니트리 첫날 460% 급등···로봇 '몸' 넘어 두뇌 경쟁

결제 인프라가 움직이는 배경에는 피지컬 AI의 확산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는 지난달 19일 상하이 증시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460% 오른 845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417억위안, 약 507억달러에 달했다. 로봇 양산과 피지컬 AI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로봇 경쟁의 무게중심도 단순한 기계 성능에서 AI 두뇌와 학습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6월 유니트리 H2 플러스에 자사 젯슨 토르와 아이작 그루트(GR00T)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개방형 휴머노이드 레퍼런스 모델을 내놨다. 로봇의 '몸'과 AI '두뇌'를 하나의 개발 환경으로 묶어 연구기관과 개발자가 활용하도록 한 구조다. 제품 공급은 올해 말 시작될 예정이다.

앤트로픽도 지난달 AI가 로봇팔·현미경·센서 등 물리 장비를 공통 방식으로 제어하도록 하는 '모델 하드웨어 스탠더드(MHS)'를 공개했다.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를 연결하는 데 걸리던 시간을 수주에서 수개월 수준에서 수시간 또는 수분대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현재 연구용 초기 단계로, 안전성 검증을 거친 뒤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다.

▲ 수천대 로봇에 결제 권한···스테이블코인 '법카' 후보

로봇이 판단부터 작업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단계에 들어가면 결제 문제도 복잡해진다. 공장에 투입된 로봇이 외부 AI 모델의 연산 능력을 빌리거나 데이터를 구입하고 다른 에이전트의 서비스를 호출할 때마다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수백원 이하의 결제가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되는 구조에서는 결제 수수료와 자동화 수준이 중요해진다.

강 센터장은 "로봇이 한 대가 아니라 100대나 1000대로 늘어나는 상황의 경우 기존 결제수단만으로는 한계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봇마다 개인 신용카드를 부여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이 여러 로봇에 결제 권한을 위임할 수 있는 일종의 '법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소액 결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AI·로봇 생태계에서 디지털 자산이 유용한 결제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스테이블코인도 이 과정에서 대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가격 변동성을 낮추면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자동으로 거래할 수 있어 AI 에이전트나 로봇의 소액·반복 결제와 결합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로봇 결제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게 가상자산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자동결제 사례는 로봇보다 소프트웨어 AI 에이전트에 집중돼 있으며,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기존 카드사도 AI가 이용자의 사전 동의를 바탕으로 결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AI 에이전트가 API나 데이터 등 디지털 서비스를 결제하는 단계로, 로봇이 직접 결제하는 사례는 제한적이다"며 "향후 로봇 보급이 확대되면 결제 권한 관리와 거래 한도 설정, 책임 주체 등을 포함한 별도 결제 인프라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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