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한스경제 김유진 기자 |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오히려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실적 기대감이 선반영된 데 따른 차익실현 매물과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뒤 하락세)' 우려가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하반기 잠정실적 발표 때도 이번과 같은 '셀온(Sell-On, 호재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재현될지 관심이 모인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7일) 2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 원을 발표했다.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1810% 넘게 늘며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한데다, 엔비디아 실적(82조원)까지 뛰어넘어 세계 1위 수준으로 올랐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정반대였다. 실적 발표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한때 10% 가까이 밀리며 30만원선이 무너졌고, 결국 전 거래일 대비 6.92% 하락한 29만6000원으로 마감했다.이날도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6.25% 내린 27만7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약세를 이어갔다.
▲ 셀온 심리에 레버리지 변동성까지 겹쳐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의 원인으로 우선 '셀온'을 꼽는다. 이미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된 상황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외국인은 13거래일 연속 코스피를 순매도했고, 전날(7일) 하루에만 삼성전자 주식을 약 2조원어치 팔아치웠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4월을 제외하고 매달 삼성전자를 순매도했고, 이에 외국인 지분율도 연초 52%에서 최근 46%까지 낮아졌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리밸런싱 재개로 연기금의 매수 여력이 제한된 점도 지수 방어를 어렵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레버리지 상품도 낙폭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5월 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된 이후 코스피 거래대금에서 이들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16%에서 이달 6일 기준 24%까지 확대됐다. 실적과 무관하게 지수 변동성을 키우는 구조가 된 것이다.
▲ "반도체 피크아웃" vs "저가매수 기회"
빅테크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기업)들의 인공지능(AI)투자 속도 조절 움직임 속에,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 사이에서는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가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6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반도체주는 당분간 조정을 거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국내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을 실적 발표 이후 나타난 일시적인 '셀온'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메모리 사이클에 기반한 반도체 업종 호황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에서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메모리 수급의 경우 2028년 상반기까지 공급 증가는 극히 제한적인 반면, AI 메모리 수요는 에이전틱 AI 확산 영향으로 전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하반기부터 메모리 확보 경쟁은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AI 우려는 소음에 불과하고, 과도한 우려는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실적 발표를 계기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 만큼 향후 '실적은 좋지만 주가는 하락'하는 패턴이 반복될지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