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신혜영 기자] 정부가 수도권에 집중된 창업 인프라를 지역으로 확산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본격화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창업생태계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 '서울 중심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지난 4월 24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올해 1월 발표된 국가창업시대 정책방향의 후속 과제로, 지역거점 창업도시 10곳을 지정해 창업생태계를 구조적으로 재편하는 데 목적이 있다.
수도권 집중 구조…지역은 '300위권 밖'
현재 우리나라 창업생태계는 국가 단위와 서울을 중심으로 글로벌 상위권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비수도권 지역은 경쟁력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주요 지역 도시들의 창업생태계 순위는 대부분 글로벌 300위권 이하에 머무르고 있으며, 투자와 인재, 인프라 등 핵심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구조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다핵형 창업생태계'로의 전환을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특정 지역에 집중된 자원을 분산해 여러 거점 도시에서 창업이 활성화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글로벌 창업생태계 100위권에 진입하는 창업도시 5곳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과기원 중심 '딥테크 창업도시' 구축…지역별 특화 전략 가속
정부는 대전·대구·광주·울산 등 4대 과학기술원 소재지를 중심으로 '딥테크 창업도시' 선도 모델 구축에 나선다. 연구 중심 인프라를 창업으로 연결해 지역 기반 기술혁신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들 지역에는 '딥테크 창업중심대학'을 지정하고, 과학기술원 내 창업 전담 조직인 '창업원'을 신설해 연구 성과의 사업화를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또한 과기원과 지역 대학 간 협력을 확대해 인재 양성과 창업을 연계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교수와 학생의 창업을 제약해 온 제도 개선에도 속도가 붙는다. 창업 휴직과 겸직 기간을 확대하고, 창업을 위한 휴학 제한을 폐지하는 등 대학발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
정부는 초기 4개 도시를 기반으로, 지역 주력 산업과 연계한 추가 6개 창업도시를 단계적으로 선정해 총 1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광주·전남, 에너지·AI 융합 거점으로 부상
이 가운데 광주광역시와 전남 나주, 목포는 에너지·인공지능(AI) 기반 창업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된 창업도시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 후보지로 평가된다.
광주는 AI와 에너지, 모빌리티를 결합한 융합형 실증 도시로 육성될 전망이다. 국가 AI 산업융합 집적단지를 중심으로 창업 인재 양성과 기술 실증을 동시에 추진하며, 연구개발을 넘어 실제 산업 적용까지 이어지는 '실증 기반 창업 생태계' 구축이 핵심이다.
전남에서는 나주와 목포가 각각 에너지와 해양 산업 기반의 특화형 창업도시 후보로 거론된다. 나주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인프라를 바탕으로 데이터·실증형 기술창업에 강점을 갖는다.
목포 역시 항만과 해양 산업 인프라를 기반으로 해양·물류·에너지 산업이 결합된 창업 생태계 구축이 기대된다. 기존 산업과 신기술을 접목한 지역 특화 모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울산, 제조 기반 위 '딥테크 창업' 확장
울산광역시는 기존 제조 산업 기반 위에 창업기업을 결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한다.
울산시는 울산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딥테크 창업중심대학 지정과 창업원 신설, 지역 대학과의 교육 협력 강화를 통해 핵심 인재 양성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지방정부 주도의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해 사업화, 투자, 연구개발(R&D), 실증까지 이어지는 종합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 이를 위해 지역 혁신기관이 참여하는 '창업도시 추진단'을 구성하고, 엔젤투자허브와 한국벤처투자 지역 사무소를 확충해 투자 접근성을 높일 방침이다.
이처럼 각 지역은 보유한 산업 기반과 연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창업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단순한 창업 지원을 넘어, 인재·기술·투자가 결합된 지역 단위 혁신 생태계 조성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창업기업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창업도시 정책이 선언적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투자·공간·규제까지…'패키지 지원' 강화
창업도시 내 기업의 성장과 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도 병행된다.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지역 이전 기업에는 부담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한 창업기업 전용 연구개발(R&D)과 팁스(TIPS) 지원을 확대하고,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통해 신기술 사업화의 걸림돌을 해소할 계획이다.
투자 기반도 대폭 확충된다. 정부는 2026년 4500억 원 규모의 '지역성장펀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3조 5000억 원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해 지역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국·공유재산을 활용해 창업기업의 기숙사, 사무공간, 네트워킹 공간 등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 내 창업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지방정부 주도…민관 협력 거버넌스 구축
이번 프로젝트는 '지방정부 주도, 중앙정부 지원'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이 특징이다. 각 지역이 산업 특성과 여건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면, 중앙정부가 예산과 정책 수단을 집중 지원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지역 대학과 연구소, 공공기관 등이 참여하는 '창업도시 추진단'을 구성해 사업화·투자·연구개발을 통합 지원하는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엔젤투자허브와 한국벤처투자 지역 사무소를 확대해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창업행사를 통해 기술과 사업화 교류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서울 가지 않아도 창업"…실현 가능성은
정부는 창업도시로 지정된 지역에 대해 2026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재정 지원을 시작하고, 연간 단위로 성과를 점검해 지원 규모를 조정할 계획이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번 프로젝트는 수도권 수준의 창업생태계를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계획"이라며 "단순한 공간 조성을 넘어 인재와 자본, 기술이 결합해 창업가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책의 성패는 실제로 지역에 인재와 투자가 유입되고, 기업이 지속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도권 집중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에서도 창업과 성장이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이번 프로젝트가 '또 하나의 계획'에 그칠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